어제부터 오늘 오후부터는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린다고 예보를 들었다. 아침부터 흐린 날씨이긴 하지만 눈비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는가 보다 했더니, 퇴근 시간에는 진눈개비가 내렸다. 귀가 길에는 사찰에 들렀다.
두 시간 가량 일을 보고, 밖을 나와보니 늘 보아오던 사찰이었지만,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정경을 볼 수 있었다. 진눈개비가 눈으로 바뀌어 도량 여기저기 눈이 제법 많이 쌓여서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고요한 산사에 바람에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순수해지고 차분해지는 기분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밤이었다.
막상 귀가하려니 걱정이 앞선다. 눈만 내리면 오금을 못 펴는 내가 내리막 길을 운전해 귀가하려니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모두 귀가하고 맨 뒤에 나서게 되었는데, 내 바로 앞에선 올라오는 차와 내려가는 차가 서로 바라보고 서서, 서로 양보를 못 한다고 하다가 결국은 내려가던 차가 후진해서 겨우 길을 열었다.
오늘 밤에 많이 내린 눈이 이렇게 양면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라만 보기엔 너무나 좋은 것이었지만, 막상 운전을 하려니 무척 부담스러운 것으로 바뀌게 되더라.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 같다. 어느 것 하나, 마냥 좋거나 100% 흡족하기 보다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 반대의 의미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늘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더군나다 없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바뀐다. 물질도 그러하고 사정도 그러하고 모든 것들이 다 바뀐다.
그래서 지금 어려운 형편이 영원이 어려움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만족스런 상황이 늘 그대로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린 공(空)하다고 한다. 이 세상에 고정불변의 실체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미래에는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것이 진리이다. 바뀌는 것, 그 변화를 쫓아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 변화는 우리에게 때론 신선한 기분을 만끽하게 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난 잠시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데, 바뀌라고 환경이 요구하기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세상만사 세옹지마라 했던가? 오늘의 즐거움이 내일은 고통으로, 오늘의 고통이 내일은 즐거움으로 바뀌는 것이 세상살이인 것같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방도를 터득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3월 9일 / 45기 기본교육 입재식에 동참하고 나서.................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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