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하기휴가 첫 날

圓鏡 2006. 7. 31. 22:53

사실은 지난 토요일부터 휴가가 시작되었지만, 누구나 다 쉬는 주말은 빼고, 실제로 차별화된 휴가는 오늘부터 시작이 되었다.  그 동안 미루어 오던 외출을 혼자서 홀가분하게 했다. 정오가 되어서 전철편으로 종각역으로 향했다. 먼저 교보문고를 들러서 시원한 곳에서 실컷 책 구경이나 하고, 맘에 드는 책을 몇 권 사려고.......  그리고 나서는 조계사를 오랫만에 들러서 참배한 후에 주변에 많은 가게를 들러서 눈요기 하면서 좌선하기에 편한 옷 한 벌, 그리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목탁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외출을 하였다.

 

익히 알고 있는 종각역사 구조, 평소에 공연장으로만 알아오던 원형 광장에 오늘따라 할인판매하는 듯한 책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하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할인매장에서 눈요기를 실컷 하고서는 매장(반앤루니스 서점-이 서점은 삼성역 근처에도 있다. 아셈 지하쇼핑몰로 들어서면 초입에 있어서 평소에는 공부하러 다니다가 시간이 남으면 간혹 들린다 ) 안으로 들어서니 우선은 시원해서 좋고, 서점의 규모도 광화문 교보문고만큼 커보였다. 목적지는 종교코너인데 그 곳이 눈에 뜨일 때까지 이리저리 다니면서 이 책 저 책 서문을 읽어보기도 하고, 제목을 보기도 하고, 어느 페이지를 펴서 읽어 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이 번 달에 KBS에서 방송한 적이 있는 [마음]이라는 프로그램을 감명 깊게 본 적이 있는데, 마침 그 책도 눈에 띄여서 오랫동안 서서 샅샅히 훝어보았다.

 

종교코너에 다가가보니까 삼성역에 있는 반앤루니스 서점보다 불교서적 코너만은 훨씬 책들이 많았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몇 몇 분들이 서서 앉아서 독서를 하고, 책을 고르고 있었다. 한참동안 눈요기를 하고 있는데, 근래에 필요성을 느낀 [천수경] 해설문과 함께 독경 CD가 포장되어 있는 책이 눈에 띄였다. 얼른 사기로 맘 먹었다.  그리고 두 아들에게 줄 선물용 책 두 권을 더 골랐다. 아무래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평소에 내가 아들에게 잔소리(아들들 입장에서)하고 싶은 내용을 잘 정리한 책으로 골랐다.

 

몇 시간을 서서 책을 읽다보니 무릎도 아프고 발목도 아파서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가벼운 운동까지 해가면서 3시간 가량을 이 서짐에서 보낸듯하다. 아무튼 시원한 정도가 아니라 추위를 느낄 정도로 실내 온도는 낮았다. 그래서 독서 삼매에 빠져 가장 무더운 한 낮의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

 

밖으로 나와서는 많이 참았던 담배부터 한 대 피우고 조계사로 향했다. 조계사 중창불사를 시작하는 것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 가보니까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특히 절 입구를 확트이게 해서 일주문을 아주 멋지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대웅전 단층무늬를 새롭게 칠하여 새 집처럼 보였다. 법당내부에는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불단 상단에는 임시로 비닐 커버를 씌워 두고 불자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휴가 기간중이긴 하지만 월요일 오후 시간인데에도 법당에는 많은 불자들로 차 있었다.

 

조계사 입구에는 많은 불구용품점과 승복 가게들이 있다. 이 집 저 집 들러서 역시 눈요기도 하고, 가격도 물어보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면으로 된 편한 옷 한 벌 사고, 다시 근처 다른 집에서 영인스님의 목소리로 녹음한 천수경 테이프와 목탁을 하나 구입했다. 이제 오늘 목적달성을 다했으니 귀가를 해야 할 때이다. 오후 5시가 넘었다. 귀가하자마자 배고픔을 먼저 해결하고 나서 오늘 쇼핑한 물건들을 펴보면서 남은 오후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냈다.  

 

집에 와서 포장을 풀고서 미니 컴포넌트에 CD를 넣어 봤으나 소리가 나지 않아서 실망했다. 그러나 마침 다른 집에서 구입한 한문버전 [천수경]을 하나 사왔기에 그나마 실망은 줄었다.  천수경을 공테이프에 반복해서 녹음.편집하였다.  앞으로는 출퇴근 시간동안 차내에서 무료한 시간을 [천수경]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바꿀 생각이다.

 

아무튼 오랫만에 평일 날, 혼자서 맘이 와닿는 대로 여기 저기 맘대로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은 휴가는 오늘 산 책과 그 전에 사 두었던 책들을 읽으면서 무더운 여름휴가를 보낼까 한다.

 

2006. 7. 31  월요일 밤에  원경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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