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봉은사 아버지학교를 마치면서 ........

圓鏡 2006. 7. 8. 17:54

 

봉은사 [아버지학교]과정을 마치면서

 

< 들어가면서 >

지금으로부터 4년 전쯤, 중국 광저우에서 후배의 권유로 [아버지 학교] 과정을 이수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작년에는 우연한 기회에 회사측의 배려로 그 [아버지 학교]과정의 진행자가 쓴 ‘아버지, 사랑합니다’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금년에는 자원해서 봉은사에서 주관하는 [아버지 학교]과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럼 이번이 재수인지 삼수인지?  이제는 훌륭한 아버지가 될 자격을 갖춘 것인가?

 

< 광저우 아버지 학교에서 >

4년 전, 광저우에서 기독교 단체에서 실시한 [아버지 학교]과정이 있었다. 당시 교회활동에 적극적이던 한 직장 후배의 소개로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교육과정은 기독교사상과 방식을 배경으로 진행했기에, 나로서는 어떤 부분은 함께 진행하기가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물론 그 당시에는 무교 신분). 그래서 일부 과정은 지켜보기만 하고, 직접 참여하지 않기도 하였지만, 전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내가 아버지로서 가족들에게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반성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해보고, 이제는 내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고,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는 시간이었다.

 

나의 경우, 사회생활 초기에는 한 가정의 생계유지와 나의 사회활동이라는 명분하에 가족보다는 바깥 일을 우선시 하였다. 그 당시 나는 가정적인 아버지는 되지 못하였다고 반성하였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참회를 여러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그 과정을 통해서 해 본 것이다. 그 과정의 진행에 따라 지나온 시간 동안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못 한 점에 대해서 가슴으로 반성하고, 말로써 그리고 편지 글로써 반성한 것이다. 아무튼 그 당시 나에게는 아주 특이한 경험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 ‘아버지, 사랑합니다’ 라는 책을 읽고서 >

아이들이 가지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은 말 못 하는 영아일 때,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서 체득하게 된다는 사실은 우리들에게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잘 키워야 한다’는 말을 실감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가 문화적으로는 유교문화권에서 체면을 중시하고, 이러한 체면문화가 한 가정.가족과 자기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마치 겸양.겸손인양 가르쳐 주지만, 사실은 그러하지 못 하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성장하면 언젠가는 아버지 곁을 떠날 때가 있다. 이 말은 자녀들을 떠나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떠날 때가 되기 전에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꼭 해줘야 할 무엇이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다시 그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습관이 대물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것일 경우에는 사회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만, 나쁜 습관일 경우에는 한 사회가 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평소에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말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한 가족과 사회에 직접.간접적으로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가 함부로 말과 행동을 할 수는 없다. 매사에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 봉은사 아버지 학교에서 >

이번 봉은사 [아버지 학교]과정의 주안점은 자녀와 대화하는 기법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상대방 입장 배려, 듣기 자세와 기술, I-message, 상호 합의에 의한 Win-Win 대화법 등이다. 강의내용이 어려운 것은 없었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려니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말과 행동이 왠지 쑥스럽고 불편해서 아직 집에 돌아와서 실습을 제대로 한 번 해보지 못 했다. 강의는 교재 중심으로 사례를 곁들여 가면서 쉽고 재미있게 두 분의 전문가 선생님께서 해주셨고, 도반들끼리 매번 토의를 통해서 해답을 찾아보고, 발표하고, 역할연기까지 해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참석자 대부분이 불교에 기반을 두신 도반들이신지라 공부하는 분위가가 달랐고, 게다가 수업단위(분임조)도 아이들 기준으로 연령이 비슷한 부류끼리 나눠서 진행하게 되어서 우리집 아이들의 현상이 다른 집에서도 유사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고, 해결방안도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 마무리하면서 >

우리가 흔히 ‘자식들 앞에서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는 말을 입으로는 많이 하지만, 대부분 아전인수격으로 주변환경을 해석하고 행동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버님의 단점에 대해서 나는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을 해보지만, 어는 순간 나도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나의 단점을 닮지 않았으면 하는데, 가끔 하는 행동이 나와 같은 것을 보고서 다시 한 번 놀란다. 나의 선업(좋은 습관)은 아이들에게도 선한 행동을 유도하고, 악업은 아이들에게도 악한 행동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악업의 고리를 단절하고 선업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 동기는 종교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어떤 계기(이번 ‘아버지학교’ 과정)로 인해서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꿀 수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다짐과 실천’이라고 본다.   

 

원경 권태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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