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카스펠송과 찬불가

圓鏡 2006. 7. 1. 00:14

 요즈음 장마철인데도 비가 많지 않은 건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금요일 밤 11시가 넘어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버스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평소보다는 한산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서 크게 찬송가가 들려왔다. 경쾌한 리듬에 오래 전에 들어보았던 찬송가가 내 귀에 들어왔다. 학생시절에 키타반주에 맞춰 함께 불러보고, 자주 들어보았던 찬송가들이었다. [내게 강같은 평화.....], [예수이름으로, 예수이름으로 ......] 아주 신나는 노래들이 편집되어 있었다. 오랫만에 나도 자비심이 발동하여 동전 몇 닢으로 적선을 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는 오질 않고, 작은 카트 두 대가 내 앞을 두 번씩이나 다녀갔다. 카트 한 대는 동냥하는 이의 몸을 싣고, 다른 한 대는 찬송가를 들려주는 카세트와 동전 바구니를 싣고서.....  평소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그 카트를 지나치면서 동전 몇 닢씩 적선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저 카세트에 찬송가 대신 찬불가 테이프를 넣어서 돌리면 수입이 더 많을까? 적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에는 불교 신도가 기독교 신도보다 더 많은데, 혹시 영업전략 수립을 잘 못 한 것은 아닐까?   아무튼 전철내에서나 주변에서 하나같이 찬송가 테이프만 들려주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 바쁠 때에는 생각이 날 때도 있었지만 맘에 여유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는 달랐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늦은 밤이라 심신의 피로함은 있었지만, 주말 퇴근길에 마음의 여유가 나에게 적선을 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구걸도 때와 장소를 잘 맞춰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송가를 들으면서 다음과 같은 잡념들이 떠올랐다.

 

 우선은 찬송가처럼 찬불가도 저렇게 좀 신나는 리듬으로 노래를 만들면 좋겠다. 너무 늘어지는 템포만 만들 것이 아니라.....   특히 초.중.고.대학생까지 젊은 층에서는 이렇게 경쾌한 빠른 템포의 노래를 더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들도 가끔은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런 찬송가를 들으면서 두 대의 카트를 힘겹게 끌고 가는 저 아저씨는 얼마나 업장이 두터워서 저럴까?  찬송가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연 마음에 평화를 가지고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저 나이에도 앵벌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잡념들이 스쳐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내가 기다리던 버스가 당도하여 나도 그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무 관세음보살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