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옛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

圓鏡 2006. 5. 23. 22:56

내 사무실 근처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던 대학 동기생 한 명으로부터 오늘 성경책 선물을 받았다. 나에게는 선물치고는 묘한 느낌을 가지게 하는 선물이다. 성서도 나쁜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을 추구하는 것이니 좋은 책이고,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이라 고맙고 감사하다. 그런데도 왠지 묘한 기분이 든다.

 

그 친구와는 대학 다닐 때, 한 때 우리집 근처 교회에 함께 다닌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부류의 친구들과는 Bible Study Group에서 함께 성경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신.신앙.심령과학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성경책을 신앙의 서적으로써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서적으로써 그리고 예수님은 그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가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그 스터디 그룹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났을 때 종교의식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그 그룹에서 탈퇴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나를 교회로 인도하기 위해서 노력중이다. 내가 과거에는 교회에 다니다가 요즈음은 신앙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서........ 그래서 요즈음 불교교리.역사 공부를 하면서 얼마전부터는 절에 다닌다고 말을 했는데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한 번 나와보라고 권하면서 이 성경책을 나에게 선물하고 돌아갔다. 평소에는 만나면 점심도 먹고, 한 시간 정도씩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 가곤 했었는데, 오늘 따라 책 선물만 건네주고서는 그냥 돌아가는 그 친구의 뒷 모습이 왠지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나도 선물을 받았지만 묘한 기분을 가지게 되었고.............  아무튼 좋은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마침 여름방학 중에 귀국해서 우리집에 머무르고 있는 큰 아들에게 선물을 하려고 했더니, 큰 아들도 이미 성경책이 여러 권 있어서 필요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시간이 나면 언젠가는 역사책 읽듯이 성경책을 한 번 읽어볼까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상존하고 있다. 자기 종교만 이상적이며 좋은 것이고, 타 종교는 그러하지 못 하다고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가 선과 행복을 추구하는데,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다를 수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자기가 속한 종교 뿐만 아니라 이웃 종교도 존중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반적으로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는 것과 같다.  이 지구상의 모든 종교가 이웃종교와 함께 어우러져서 지구촌의 공존과 번영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사례를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불교종단(조계종?)에서는 크리스마스 축하 메시지를 기독교 단체 앞으로 보냈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님 취임식에도 축전을 보낸 바 있다. 그러한 답례로써 금년 초파일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로마 교황청에서 부처님 오신 날 축하 메시지를 불교종단으로 보내왔다는 뉴스를 접한 적 있다. 나는 그 때 기분이 흐뭇했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살맛나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 십자군 원정과 같은 종교전쟁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지금은 좋은 시절인가 보다. 

 

2006.5.23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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