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비둘기 이야기

圓鏡 2006. 2. 19. 23:32

 

어제 오늘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모처럼 바쁜 업무로 본사, 연구소, 협력사로 다니면서 일을 보았다. 저녁에는 연구소에서 회의를 가졌는데, 불빛도 희미한 연구소 건물에 청소부가 열어놓은 창문틈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 든 모양이다.

 

비둘기는 언제 들어왔는지 몰라도 우리가 사무실에 들어갈 때부터 이미 열린 창문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다. 일을 보고 나오는 시간에도 여전이 출구를 찾지 못 하여 근처에 앉아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서 잘 잡아서 창문 밖으로 놔주려고 살금살금 다가 갔더니, 마침 그대로 앉아 있길래, 늦은 밤 시간이라 잠이라도 자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손을 뻗쳤더니, 불빛이 보이는 창밖으로 날아가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창문이 가로 막혀 밖으로 나가지 못 하고, 나를 피하면서 창문을 따라 조금씩 날다가는 다시 앉았다. 몇 번 시도한 끝에 마침내 잡아서 창밖으로 놔주긴 했지만, 한 번은 나에게 꽁지를 잡혀서 털이 많이 빠졌다. 그래서 왠지 맘이 찜찜하다. 좀 더 조심해서 잘 잡아서 놔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나의 머릿 속을 맴돌고 있었다.

 

우리 인간들은, 나는 그러하지 않는가?  좁은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때로는 무지하여 어려움을 당하여 허둥대며 돌파구를 찾지 못 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비둘기처럼 행동하며 살아가지는 않는지?  실내로 날아든 비둘기를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기만 하다. 바로 출구를 근처에 두고서도 그 곳을 찾지 못 하여 애를 쓰다 지쳐서 불안한 맘으로 해결방안도 없이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비둘기가 안타깝기만 하다. 나는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알고 있고, 비둘기를 도와주려고 접근했지만, 나를 피해 달아나는 비둘기를 보면 안타까왔다. 그러다 꽁지 털도 빠지고, 결국은 잡혀서 밖으로 나가긴 했지만..............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실습실에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들어서 꼭 위의 비둘기처럼 출구를 찾지 못 하여 그대로 실내에 머무르고 있다가 날이 밝아서 더더욱 출구를 찾아서 나갈 수가 없었다. 부엉이는 야행성 동물로서 낮에는 눈이 부시어 주위 사물을 분별하지 못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에도 부엉이는 우리 동료들과 한 바탕 야단법석을 떨다가 마침내 붙잡혀서 밖으로 나가긴 했지만...

 

선지식들이 우리 같은 중생들의 삶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에 갖혀서 밖으로 나가려고, 유리창에 퍼덕이는 비둘기처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눈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지혜의 눈을 가지려면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하나?  현실을 자연스럽게 그냥 그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인가?  재가자가 오계를 지키면서 육바라밀을 행하고, 팔정도를 수행하면서 꾸준히 살아가다보면 조금씩 혜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원경합장  2006.2.19  일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