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말하는 육도윤회 중에서 아수라와 지옥은 바로 병원 응급실에 있다. 지옥 - 아귀 - 축생 - 아수라 - 인간 - 천상인데........
몇 일 전(4/29일)에 급하게 하향하여, 대구에 있는 모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하루 밤을, 침대 곁에 놓인 간이용 의자에 앉아서 보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몇 일 전에는 119구급대원(여성)이 술취한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 맞아서 숨진사건도 있었다. 이동식 침대에는 수시로 환자들이 실려 들어오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나면(검사시간) 위층에 있는 입원병동의 병실로 이송되거나 앰블런스 차량으로 2차 진료기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잠시 자리가 비었는가 하면 또 다른 환자가 그 자리로 들어 온다. 아주 급한 경우에는 뇌사상태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심장마비 응급환자도 들어온다. 환자가족들에게 소생여부 확답을 못하면서도, 한 가지 검사비용이 300만원인데 하실거냐라고 물으면, 가족들은 하는 수 없이 하겠다고 동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환자가 아무런 소리도 없이 몸부림을 친다. 의식이 돌아올지 미지수, 72시간 내에는 판단이 어렵다고 한다.
의료사고 시비에 걸리지 않으려고 병원측에서는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시비가 있을 만한 것이면 모두 동의서를 받는다. 치료라는 것이 의사 전문영역이어서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의사의 권고사항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공통적인 동의서에 대해서는 보호자가 선택을 한다. 이를테면 기도삽관( 호흡이 어려울 경우, 산소 호스를 폐까지 집어 넣어서 강제로 산소공급 마스크 ) 및 심폐소생 ( 연로하신 노인은 이로 인해서 갈비뼈가 여러개 부러진다는 의료행위 ) 등에 대해서는 환자의 상태를 감안해서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선택사항에 대해서 요즈음 환자는 본인이 건강할 때, 미리 서면으로 치료범위에 대해서 의사를 밝혀두기도 하는 추세이다. 즉 식물인간으로 침대에 누워서 연명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평균수명은 크게 늘었는데, 건강수명은 별로 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자료는 환자의 고통시간이 많이 길어졌다고 하는 의미가 있고,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인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의식이 없는 환자를 기도삽관 강제호흡과 심폐소생을 한다는 것이 환자에게는 무척 고통을 가하는 것이다.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보호자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된다. 사고 현장에서는 갑작스런 의사나 간호사의 질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 평소에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좋긴 본인이 직접 서면으로 의사를 남겨 놓는 것이 좋다.
밤새 고함을 지르는 환자, 음주사고로 들어와서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떼를 쓰면서 고함을 지르는 젊은이, 간호사들도 정말 힘들어 보인다. 이튿날 아침에는 2차 진료기관 응급실로 자리를 옮겼는데, 오전 11시쯤 들어갔더니 바로 뒤에 젊은 남자 환자가 들것에 실려 들어오는데, 응급실 간호사 왈, 오늘 아침 7시에 들어왔다가 나갔는데 다시 왔다는 것이다. 결국은 다른 방 한쪽 켠에 싣고 온 침대를 위에 그대로 놔두었더니 한 두 시간 후에 스스로 일어나 정수기 앞에서 물을 마시고 제 발로 걸어서 나간다. 참으로 딱한 모습이다. 본인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젊은이가 반나절만에 두 번씩이나 같은 응급실에 실려서 들어올 정도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어떤 상황에서 실려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음주한 사람들까지 누군가가 신고를 하면, 친절하게 응급실로 실어다주는 대한민국의 복지서비스가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져 드는 순간이 있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 현 정부는 지난 정부에게 교통사고 재난의 책임을 물었고, 국가가 마치 국민에게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책임자가 발언을 하고 있어서 의아해한 적이 있었다.
밤새 30분도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간호서비스를 받으면서 주사, 치료 등으로 이틀밤 만에 수백만원의 치료비가 나왔다. 과연 이렇게 치료를 해야만 하는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닝겔주사가 보통 4~5개 심지어 7개의 병이 매달려 있는 순간도 있었다. 이러한 물량공세는 과잉진료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들게 한다. 한편 실습생들에 의한 의료서비스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이러한 실습생들이 나중에는 훌륭한 의사나 간호사로 거듭날 것이므로 병원 현장에서는 고급인력 뿐만 아니라 실습생들도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밤새 주변에 있었던 상황은 바로 지옥과 아수라장이었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지옥이 응급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경험한 하루였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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