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내 몸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더라

圓鏡 2017. 12. 5. 23:43


지난 주 금요일 오후 진흥원에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선생님의 고희 축하 떡을 자르다가 칼을 잡은 오른손 집게 손가락을 다쳤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혈을 시도했으나 생각보다 깊게 다친 모양이다. 검붉은 피가 솟구친다. 간단한 밴드로 처치가 곤란하여 어수선하던 차에, 어느 분이 가까운 병원에 가서 상처부위를 처치하고, 파상풍 주사라도 맞아야 안전하다는 조언에 따라, 인근에 있던 정형외과병원을 다녀왔다.  3일간 약을 복용하면서 술도 마시지 마라, 손에 물도 접근을 차단하라는 등 몹시 불편하게 몇 일을 지내면서 내 몸에 있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알았다.


특히 pc keyboard를 늘 친구처럼 접하고 사는 것이 내 일상이라, 무척 불편하였다. 그것도 새끼 손가락도 아니고 오른쪽 집게 손가락에 붕대를 바르고 키보드를 통한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독수리 타법으로 입력을 하니 오타가 자주 발생할 뿐만 아니라, 너무 느려서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그나마 하루 전날 일학습병행 개발보고서 인정심사를 마친 후라 천만다행이었다. 아파서 불편한 것이 아니라, 세수를 하기 불편하고 외출한 후에 손을 씻을 수가 없어서 불편하다. 가장 불편한 것은 키보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고를 통해서 마음은 늘 차분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동은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하더라도 마음이 바빠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멀쩡하게 두 눈을 뜬 채로 오른쪽 집게 손가락을 칼날에 올려놓고 힘을 주었으니 깊에 상처가 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칼날 위에 손가락이 올라간 순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대로 행동을 취하고 보니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편 고정관념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면이 칼날로 된 칼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칼은 반드시 칼날과 칼등으로 되어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의심을 해보지 않았다.


우리가 평소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얼마나 착각의 오류에 빠져 살아가는지 ~~~ 사실을 사실대로 바라보지 않고,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사는 것이 중생들의 삶인지라, 늘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늘 사람들 간에는 갈등이 존재한다. 사실과는 달리 오해를 하고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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