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아들보다 더 귀엽다고 느껴지는 까닭이 무엇일까?
우리 아들 둘 키울 때에의 그 기쁨을 잊어버려서일까? 아니면 내가 아들 키울 때에는 젊은 시절이어서 몸과 마음이 바빠서일까? 혹시 내가 환갑이 지난 나이 때문일까? 그 까닭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들 키울 때 느끼지 못 했던 기분을 만끽 하면서 요즈음 시간을 보내곤 한다. 정말 귀엽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쁜 짓하는 사례를 하나 들자면, 손자가 돌 지났지만 아직 말을 전혀 못한다. 가끔 소리만 지른다. 응!!, 아~~~ 이것이 음성으로 할 수 있는 자기 의사표현의 전부이다. 우리 손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이 있으면 일단 내 얼굴표정을 한 번 살피면서 막무가내로 내 손가락 하나를 잡고 끈어 당긴다. 어디론가 가자는 대로 나는 따라 간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응!!"하면서 강한 톤으로 사인을 나에게 보내면서 양 팔을 위로 치켜든다. 안아 달라는 것이다. 안아 들어올려주면 자기가 만지고 싶은 것을 만지는데, 주로 전원스위치 버턴을, 가녀린 집게손가락이 뒤로 휘어지도록 버턴의 여기저기를 몇 번 누르다보면 전등에 불이 켜진다. 그게 신기한 모양이다. 껐다 켰다가를 몇 번 반복한 후에야 내려 놓는다. 장식장에는 늘상 문을 열어달라는 사인을 보내지만 몇 가지 장난감 대용으로 제공하고는 열어 놓을 수가 없다. 잠시 후면 장식장 내부가 엉망이 될터이니까.
문제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떨어뜨리는 것은 괜찮은데 위험한 요소가가 있어서 계속 뒤를 따라 다녀야 한다는 게 귀여움의 대가로 치르러야 하는 어려움이다. 가장 위험한 것이 방문을 여닫고, 특히 무거운 유리창문( 이 무거운 창에는 도르래가 잘 동작되어 어린애도 밀고 닫고 할 수 있음. 그러나 닫히는 순간에 충격은 아주 큰 것이 위험한 요소임 )을 여닫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어제는 드디어 아이디어를 냈다. 커다란 고무 지우개를 몇 덩어리로 잘라서 창문틀에다 끼워넣었다. 그래도 문과 문사이에 손가락이 끼일 가능성은 남아 있어서 맘을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방문은 안전장치를 구입해서 끼워놓고 붙이고 해서 위험한 요소의 상당한 부분을 해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예측불가능한 행동이 잠시도 멈추지 않아서 신경쓰이고 따라 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귀여움을 대가로 제로섬인 돌봄을 하고 있다.
손자가 떠나고 나면 집안이 허전한 것은 물론 온 집안 여기저기 장난감으로 흐트져 있고, 음식물 흘린 자국들이 손자의 존재사실을 눈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정신적인 피로감은 없어진다. 안전을 걱정하던 그 신경은 쉬어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상만사가 중립이어서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가가 있게 마련이지 공짜는 없는데, 사람들은 공짜를 바라고 좋아한다. 바보아닌가? 세상물정도 모르는 우리 손자보다 못한 바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561년 8월 8일 아침에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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