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은 무상한 것이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을 가지고 뭔가를 결정하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기분이 좋을 때가 있는데, 비록 가끔이긴 하지만 우리가 잠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주까지만 해도 철쭉이 늦봄의 주인공인 양, 온누리에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어제와 오늘 내린 봄비에 만개한 철쭉꽃이 시들면서 비에 젖어, 새파란 잎사귀 위에 떨어져 드러누워 있다. 일찌기 새봄을 알리던 목련과 개나리는 이미 그들의 전성시대가 가버린지 오래 되었고, 그 뒤를 이은 벚꽃과 진달래가 철쭉에게 바톤을 넘겨 주었는데, 이젠 그 철쭉마져 세월의 순리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구름산 산행을 하다보면, 몇 년 전 태풍에 뿌리가 뽑혀 넘어진 아카시아 나무는 몸통을 죽이면서도 강인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내 주변을 돌아보면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다 바뀌었다. 바뀌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기존의 모습, 제도, 사람도 거의 다 바뀌었다. 하드웨어 뿐만아니라 이젠 소프트웨어까지 바뀌고 있다. 유일하게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세상만사가 다 바뀐다는 사실 뿐이다. 그래서 나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때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스친다. 4월이 지나면 꽃이 떨어지고 잎이 나와야 하고, 가을이 오면 그 잎마져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야만 한겨울을 잘 넘기고 이듬해 새생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자연의 섭리가 이러하듯, 자연의 일부인 사람인들 그러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이 만든 것들이야 말해 무엇하리. 그래서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의 의미를 체감하게 된다. 젊은 시절 머리로 배운 것을 이젠 몸으로 느낀다.
법구경에 이르기를 뭔가를 바라고 집착하는데 고통이 따라 온다고 하니, 바라지 말고 놓아버리면 행복이 오려나? 그러기엔 아직 건강하게 살아야 할 날이 많다. 그래서 욕심을 줄이고 원을 세우고 수행하는 삶을 살아야 하나 보다.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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