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호압사 가는 길

圓鏡 2012. 10. 3. 19:11

 

 

 

(석수역에서) 호압사로 가는 길로 종종 산책을 하지만, 바쁜 걸음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면 늘 똑 같은 코스로 느껴지지만 조금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걷다 보면, 갈 때마다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산책로이다.  우선 주변에 다양한 볼꺼리가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3.3 킬로 미터 거리도 멀어보이지 않고, 금방 호압사에 도착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 소요되는 시간과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천천히 걷다보면 실제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은 오히려 짧게 느껴진다. 때로는 새소리 바람소릴 들으면서, 때론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악이나 토론을 듣다 보면 빨리 당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을 분위기 답게 모처럼 산사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법구경 말씀이나 숫다니파타의 경구들이 배경음악에 남저음의 목소리가 경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잠시 귀가 솔깃해진다. 종종 들어본 경전의 구절도 들려온다. 고요한 산사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 많은 사람들 중에는 사찰경내임을 잊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고, 그리고 김포공항으로 가는 항공노선이 호압사 위로 나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소음들이 사찰 분위기를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고, 하늘은 더 없이 높고 맑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고요한 산사가 그리웠다.

 

 

지옥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

중생을 두루 보살펴주시는 관세음보살

 

호압사의 본전인 약사전에 들러 삼배을 올리고, 잠시 입정을 하면서 내 마음도 가다듬어 보았다. 이번 중추절 연휴에는 내 주변에서 세 분이나 별세하셨다. 이 영가들이 극락에 왕생하길 기원해본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원경합장

 

2012.11.04 / 일요일 호압사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