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서울방향 첫 전철을 타기 위해 꼭두 새벽에 집을 나섰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등산객은 드물고, 대부분 부족한 잠을 채우느라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표정들이 피곤해보였다. 전철내부의 분위기는 바깥의 상쾌한 새벽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먼저 조계사 법당을 들렀더니, 평소보다는 적은 신도들이긴 하지만, 법당의 2/3가량은 좌복을 펴고, 기도하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절하는 몸 동작 하나하나 간절한 소망이 깃들여 있었다. 전세버스편으로 부안 '개암사'에 도착하여 도량입구에 들어서니, 사시예불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법당에 들렀더니 신도는 없고 부전스님 한 분이 마이크를 이용해 큰 목소리로 예불을 하고 계셨다. 대웅보전의 법당 밖은 단청이 없어 고색창연해 보였고, 법당 안은 단청이 거의 다 지워져 안타까운 맘이 잠시 일었다. 사시예불에 동참하고, 점심공양 후 스님과 차담을 나눈 후, 다시 김제 '조앙사'로 향했다. 당초 내소사로 향하기로 했던 발길은 변경되어 나에겐 아쉽긴 하였지만, 진묵대사의 생가터에 자리를 잡고 우담바라가 피어 있는 조앙사( 진묵사 )로 향했다. 순례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일주문에는 '佛居村'이라는 명판이 눈에 띄었다. 마침 천도재가 진행 중이라 만경강 하구( 지금은 육지, 새만금방조제로 간척지 )에 인접해 있는 진묵대사의 생가와 조사전을 순례하고 상경하였다. 바쁘신 가운데 우리 일행을 안내해주신 송헌 주지스님의 조사전 벽화해설을 들으면서, 사찰의 벽화와 문화재는 적절한 설명이 따라야만 그 의미가 되살아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그냥 지나칠 만한 벽화 하나하나에도 해설을 듣고 보면,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이 벽화 한 장이 경전을 대신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대중들이 문맹이던 시절에는 이 벽화 한 장이 훌륭한 불교교재가 되었을 것이라고 가늠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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