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주말처럼 아침 일찍 석수역에서 호압사가는 산책길(서울둘레길)로 나섰다. 잠시 법회에 참석하고 나서서 내친 김에 발길은 삼성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혼자 하는 산행이라 누구와 상의할 필요도 없이 나의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내키는 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단지 단시간 짧은 코스 산책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 것이 부담이 될 뿐이었다. 먹거리, 마실 물이 부족할 것 같아서 걱정스러웠지만, 시원한 아침 공기와 상쾌한 기분은 이러한 걱정거리를 잠시 잊어버리게 하였다.
오랜만에 삼성산 정상에 있는 통신 중계소에서 망월암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잡았다. 예전에는 초여름에 녹음이 우거져도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망월암과 천진암이 보였던 것 같은데, 망월암는 숲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 방향만 잡고, 안내판만 믿고 발길은 망월암을 향한다. 망월암에 당도하고 보니, 인적이 드문 사찰이어서 고요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약사전은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참배하기도 부담스러워 그냥 주변을 돌아보고 바로 하산하였다. 하산길에 문득 다른 길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발동하여, 어렴풋이 말로만 들었던 '무너미고개' 방향으로 해서 서울대입구로 하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향만 제대로 잡고, 막연하게 계곡따라 가면 무너미고개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행인들에게 별로 묻지도 않고 한참을 걷다가 하산하는 행인에게 한 번 물었더니, 비교적 이 주변 사정을 잘 아시는 분이었던 것 같다. 무너미고개 방향은 한참 지나쳐서 지금은 연주암을 향하고 있는데, 30분 정도 더 걸으면 연주암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란다. 인적이 드물고 계곡을 따라 너무 올랐다 싶었는데,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았다. 주변 계곡에는 물이 없고 시원스럽게 생긴 바위들이 많아서 한참을 쉬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쉬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아직 정오를 겨우 넘긴 시간이라 이 산속을 헤메고 다닐 시간이 충분하고 에너지도 충분하다. 다만 배가 고플 따름이지만 물도 조금은 남아 있고 해서 크게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어서 다시 하산하다가 물어물어 무너미고개를 넘어서 서울대정문 입구에서 버스편으로 귀가하였다. 내 생각도 중요하고, 거시적인 방향도 중요하다. 그러나 행인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게중에는 주변 산길을 손바닥 손금보듯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초행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산길 뿐만 아니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정보를 입수.정리하는 것이 좋고, 그러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주변사람들에게 자주 물어서 크로스 체크 하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오늘도 체험을 통해서 학습을 한 셈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있고, 에너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늘 다니던 길보다는 새로운 길을 한 번 선택해보는 것이 좋다. 안전귀가 감사.........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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