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어느 절이든 가고 싶다. 오늘은 운 좋게 '용문사'와 '사나사'를 들렀다. 집에서 7시 반에 나서서 용산역에서 용문사행 전철을 타고, 종점에 내려 용문사를 들렀다. 대웅전 법당 참배를 마치고 나니, 정오가 10분 남았다. 용문산이 해발 1,000미터가 넘은 가파른 산이라는 것만 알고 초행이다보니 시간관리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서둘러 산길을 올랐다. 용문사 옆으로 난 산길은 초입부터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알고보니 계곡 길을 택하지 않고 우리가 능선길을 잡았던 것이다. 산을 아무리 올라도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안 보였다. 오늘이 그래도 휴일인데 이렇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없을까? 절 주변에는 산행복장의 인파가 많았었던 것에 비하면 이해가 가지 않은 상태로 산행을 계속하였다. "그래, 오늘은 용문산을 전세내고 올라간다"고 하면서 올랐는데, 계곡길과 능선길이 마주치는 지점( 1/2쯤 올라서 )에서야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능선길이 힘들어서 오르지 않고, 계곡길을 선택하였던 것 같았다.
정상은 용문사 입구에서도 잘 보인다. 손에 잡힐듯이 빤히 보인다. 정상을 세 시간이나 걸려 올라야 하나? 단숨에 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 2/3쯤 올라서, 마지막 1/3일을 남겨두고, 산길이 가파른 것은 여전하지만, 오르막 외에도 내리막 길이 있었다. 오르막 내리막 반복하다 보니 해발고도에는 별로 차도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아무튼 정상에 도달하고 보니, 짧았던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용문산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니, 해발 1000미터 이상은 아직 2월 하순과 같은 겨울 분위기였다. 나뭇잎이 보이지 않고, 새싹이 트려는 모습만 볼 수 있다. 그 아래로는 이미 산을 덮을 정도로 나뭇잎들이 무성하여 연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정상을 100미터쯤 남겨두고 양평 방향에서 올라오던 등산객 한 분을 동행하던 나의 도반이 우연히 만나 하산길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나서, 양평방향으로 내려가자고 한다. 사실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웠다. 하산길을 갑작스럽게 변경하자는 것이어서...... 1,000고지가 넘는 초행의 산길, 현재 시각이 오후 3시였다. 혹여 해가 떨어지기 전에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을까? 하산하고 나면 교통편은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우리가 용문사에서 3킬로 길을 3시간 걸려서 올라왔다. 양평에서 백운봉, 장군봉을 거쳐 올라온 등산객의 말에 의하면, 오전 10시에 산행을 시작해서 오후 3시 현재 정상 아래 도달한 것이다. 5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러면 하산길은 최소한 3시간은 잡아야 하고, 깊은 산중에 어둠은 평지보다 훨씬 빨리 온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조금만 산길을 헤메더라도 우리는 해가 떨어져 어둠 속을 헤멜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쳤다. 내 도반은 막무가내로 왔던 길은 재미가 없다. 그리고 너무 가파는 암벽길이라 무릎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하산 길은 다른 길로 잡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에서 머물며 쉬지 말고 바로 하산을 하자"라고 제안을 하였고, 정상에서 기념사진 몇 장 찍고, 바로 이정표를 따라 '장군봉'으로 발길을 향했다. 장군봉에서 계속 능선을 타라고 하였는데, 장군봉을 지나 한 두 봉우리를 넘어서 하산하다가 바로 우측 능선으로 길이 이어졌다. 능선길이 어느 정도 이어지다가 다시 좌측 계곡으로 길이 이어진다. 계곡에 다다르자 길은 우측으로 굽어지면서 물소기가 들린다. 어둡진 않았지만 산능선 그늘 아래 계곡이었다. 일단 신발을 벋고 발을 차가운 물에 담그고 짧은 휴식을 취했다. 훨씬 걷기가 나았다. 계곡을 따라 하산하다가 보면 큰 계곡을 만나면서 다시 길은 좌측으로 방향이 바뀐다. 군데군데 이정표가 있어서 초행길을 안심시켜 주었다. 하산 길은 있는데 사람이 다닌 흔적( 나무가지에 매달린 리본 )이 없었다. 고요한 가운데 가끔 새소리가 들리고, 물소리만 들릴 뿐 인기척은 전혀 없는 산행을 계속하면서 다소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하산길이 갈래 길이 없이 오로지 외길이어서 길을 헤매지는 않았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이른 시각인 5시 30분경에 거의 계곡을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끼면서 안도감이 들었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계곡을 따라 오솔길을 걷는 기분은 아주 좋았다. 마지막 코스에서는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으며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하산을 하였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절(뒷쪽)이 보였다. 여기가 어딜까?
낯설진 않아 보였다. "사나사"였다. 몇 년 전에 단체로 한 번 들린 적이 있었다. 그 때를 잠시 회상하기도 무섭게 여기서 어떻게 전철역까지 이동을 하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 당시 우린 차편으로 단체로 이동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절에 물어보았더니 황당하였다. 전철역까지는 무척 먼 거리이고, 버스는 없다. 걸어가야 한다. 벌써 오후 6시가 되었다. 그래도 산길을 헤매지 않았던 것을 자위하면서 발걸만은 가벼워졌다.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안전하게 귀가는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산길은 용문산 정상에서 사나사까지 총 6킬로 미터의 산길을 3시간 가량 걸었다. 결국 능선만 따라 양평으로 간다고 시작한 발걸음이 사나사 계곡으로 빠진 것이었다. 요즈음 이상 기온으로 몇 일간 덥긴 하였지만, 몇 일 전에 내린 비로 날씨가 청명하여, 용문산에서 치악산이 잘 보일 정도록 시야가 확보되어 산행하기에 한결 좋았다.
마침 그 시간에 절에 갔다오던(?) 신도의 차량을 한 대를 놓치고 두 번째 승용차를 운 좋게 잡았다. 다시 한 번 더 운 좋게도 그 승용차 주인은 친절하게 근처 가까운 전철역(옥천, 아신역) 입구까지 데려다 주어서 무척 감사하였다. 요즈음 살아가면서 이렇게 호의를 받아 본적도 없었고, 감사하게 생각해본 적도 별로 없었던 터라 감사하였다. 아무튼 무척 고마웠다. 적어도 10킬로는 족히 넘어 보이는 거리를 태워다 주었으며, 그 먼 산길을 하염없이 어둠을 뚫고, 지친 몸을 이끌고 걸었을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기도 하다. 이 모두가 '사나사' 부처님과 용문사 부처님의 가피였다고 생각하면서, 6시 40분경 아신역에서 전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향하였다.
"금천구청역"에 도착하고 보니, 밤 9시가 가까웠다. 집 부근에서 오늘 하루를 회향하는 자리를 도반들과 함께 가지고, 오늘 하루 무사한 6시간 동안의 산행에 대해서 감사하고, "사나사" 하산길에서 픽업친절을 베풀어주셨던 부부를 만날 수 있었던 인연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귀가하였다. 하루 종일 산행을 함께 하였던 도반, 회향을 함께 해주셨던 도반에게도 감사드린다. 원경합장_()_
'행사(Eve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로 제등행렬 참관 후기.......파주 천불사 일요법회 (0) | 2012.05.21 |
---|---|
마음에 평화를, 세상에 행복을 ( 수원연등축제 동참후기 ) (0) | 2012.05.13 |
검단산 산행후기 (0) | 2012.04.15 |
칠보산 산행후기 ( KE6 ) (0) | 2012.04.14 |
춘계행사 - 청계산 산행후기(OPT-OBT-GRT) (0) | 2012.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