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장마를 보내면서......

圓鏡 2011. 7. 19. 23:05

 

 

긴 장마철을 보내기가 아쉽기도 하다. 오늘 불볕 더위를 맞이하여...... 장마에 이어서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으로 저녁에는 날씨가 다소 서늘해진 것 같다.  자연이 인자한 모습을 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사람이 온갖 지혜를 지금까지 모아서, 지금처럼 현대과학을 바탕으로 한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지만, 큰 바람, 큰 비가 오면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지진이라도 지나가게 되면 온통 쑥대밭이 된다. 금년 상반기에 있었던 일본 해일, 지난 주에 보았던 미국의 허리케인 폭풍 등의 위력을 동영상으로 보면, 마치 영화 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우주가 행성들간에 균형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가끔 혜성처럼 나타나서 균형을 깨는 별들도 있다. 그런 별들이 언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공을 툭 치고 지나갈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태양은 점점 커지면서 지구와 가까와지고, 지구내부의 마그마는 언제 어느 지역에서 분출될지 알 수가 없고, 알고 보면 불안정한 요소들이 우리 주변에 늘려 있다. 그러나 우린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학습효과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다.

 

지난 장마철에 안양천을 산책하다 보면 가장 안타까운 것이, 어느 시기에는 지렁이들이 단체로, 어떤 시기에는 달팽이들이 단체로 3~4미터 폭의 아스팔트 위를 가로 질러 건너가려고 한다. 이 두 놈 모두 감각으로 촉각으로 더듬어서 이 아스팔트 위를 지나고 있는데, 그 길을 산책하는 많은 시민들과 자전거에 의해서 사정없이 목숨이 순식간에 달아 난다. 이 달팽이나 지렁이가 위험한 줄도 모르고 그 길을 건너듯이 우리도 이 지구공 위에서 그런 위험을 모르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설사 그러한 위험을 안다고 하더라도 내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 위험이 닥치면 당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사람이 자기 수명을 다하고 자연사 하는 경우는 행복한 경우로 봐야 할 것이다.

 

병원에 가 보면, 그런 곳에 가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알 수 있다. 습기가 많았던 장마이긴 하지만 물이 귀한 사막이나 오아시스 도시를 여행해보면, 비록 폭우이긴 하지만 이 비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장마로 인해서 실내가 많이 눅눅하고, 끈적끈적 해서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열대야 없이 시원한 밤잠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긴 여름 한철을 장마없이 보낸다고 생각하면 끔직스럽기만 하다.

 

세상만사가 세옹지마요, 유심소현이라............  장마를 보내면서 아쉬운 맘으로...........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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