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은 우중에 산책과 사찰순례를 ...............
감정의 일렁임을 가슴에 안고, 장마철의 무더위와 시원함을 함께 즐기면서 살아가는 요즈음.................
오늘은 우중에 발길 따라 양주하나원 법회 후에 인근 천보산 자락에 있는 회암사를 찾아가는데, 마치 이 절에는 가지말라는 듯이 태풍의 비바람이 길을 막았다. 도량 바로 아래에 있는 손바닥만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지막 가파른 길을 우산을 쓰고 비바람을 안고 올랐다. 새로운 대웅전 불사를 하느라 한창인지라, 고요한 산중에 목수들의 땀방울과 함께 망치소리가 들리고...........
올라갈 때 분위기와는 달리 내려올 땐, 비바람이 잠잠해져서 하산길에 잠시 발길을 멈추고 회암사지를 내려다보면서 오래 전에 선승들이 이 넓은 도량에서 선맥을 이어가면서 용맹정진을 했을 모습을 한 번 그려보았다.
사지의 면적 넓이로만 봐서도 당시에 수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큰 사찰이었음에 틀림이 없었으리라 짐작을 하면서, 한편 어떤 연유로 이렇게 폐허로 변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무상"이라는 말로 대답이 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기에 마음의 눈만 뜨면 부처가 되는 것인데,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하고 사바세계에서 오욕락을 즐기기 위해, 탐진치에 찌들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칠흑같은 어둠이 사라지고, 해가 뜨면 아름다운 코스모스 꽃들이 모습(진여, 여여)을 드러내리라............. 원경합장
안양천을 산책하다보면, 산책하는 시민들을 위해서 시청에서 공을 많이 들여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꽃밭을 열병식하듯이, 활짝핀 개나리 꽃밭을 지나면, 장미꽃이 기다리고, 이어서 코스모스가 줄을 서서 사열을 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한편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불구하고 지렁이는 열심히 자기 목표지를 향해 기어가고 있다. 왕복 2차선 폭 을 횡단하는데 지렁이는 목숨을 걸고 앞만 보고 기어가고 있다. 목숨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거나,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에 걸리는 순간에 지렁이 인생은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끝장이 난다. 어제 밤에는 비바람이 심해서 인적이 한산한 가운데 평소보다는 많은 지렁이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아스팔트 길을 횡단하는데 성공하였을 것이다.
어제는 우산을 준비하고 집을 나섰지만 오늘은 비가 개인 후에 저녁 식사 후에 안양천 산책을 나섰다. 아스팔트 산책로는 깨끗하게 물청소를 한듯 하고, 고인 물도 바람에 말라서 선선한 저녁공기와 함께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을 시작하였다. 반환점을 돌아 귀가하는 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잠시 지나가는 것이 겠지하고 다리 아래 피신한지 30여분이 지났다. 빗줄기를 보니 언제쯤 그칠지 가늠할 수가 없고, 집에서 이곳까지 비교적 거리가 멀어서 우산을 가져오더라도 비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몸 단장을 하고서 비를 맞으며 귀가를 시도했다. 강한 빗줄기는 자연스럽게 얼굴을 들 수 없게 하고, 시선은 비를 맞지 않기 위해서 내 발등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허리는 약간 앞으로 굽어진 채, 걸어가는 이 모습이 바로 하심의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심", 지난 몇 년간 화두 삼아 들고 있던 "하심" 아닌가? "상선약수"라, 빗물은 자연스럽게 낮은 곳으로 향해 흐르고 있었다. 이게 하심의 기본 아닌가? 빗속을 걸으면서, 허리를 숙이고 낮은 곳을 향해 걸어가는 내 모습이 바로 하심하는 자세이고, 하심하는 마음이라고, 자연현상 속에서 하심을 체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심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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