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백련을 보고 맘을 다스리는 아침

圓鏡 2010. 7. 17. 09:10

 

 

해마다 이맘쯤이면 한 두 번 가곤하는 시흥소재의 관곡지......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장마비가 내일까지 전국적으로 내린다고 한다. 어제 밤에는 오늘 아침 연꽃 구경이 어렵겠다고 포기하고 있었다. 천일기도 마지막 토요일인 오늘, 새벽기도에 동참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비가 내렸는데, 기도를 마치고 나니 낮은 먹구름이 많이 끼어 있긴 하였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서 오히려 연꽃 구경하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예년과는 달리 금년에는 지난 주말부터 지금까지 맘이 썩 편치 않은 가운데 찾은 연꽃이라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하얀 연꽃을 보니, 먼저 "백중"이 떠올랐지만, 이내 편치 않은 내 맘이 따라왔다. 요즈음 내가 말과 행동을 달리하고 있어서 심적 갈등을 많이 겪고 있다. 문제는 집착하고 못 믿어워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맡겼으면 잊어야 하는데 맘에 안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행이 일치하지 못 해서 스스로 불편함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의 마음챙김 결론은 이것이었다.  연꽃을 바라보니, 부처님의 법문이 선선한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이렇게 잠시 연향에 묻혀 마음이 정화되었나 싶었는데, 집에 와서는 또 목소리가 커진다. 장마비가 내리긴 하지만 후지덥근하고 습한 공기가 사람을 짜증스럽게 만드는가 보다. 이런 주변환경에 내 맘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놀아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 다시 짜증스러워진다.

 

 

예토인 사바세계에 살아가는 중생으로서 늘 참고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지난 한 주일 내내 맘이 편치 않았던 것도 평소에 참고 지내던 것이 밖으로 빠져 나온 것이 꼬리를 물고 남아 있어서 그러하다.  살아 가면서 매 순간순간마다  참아야 할 것이 많이 있긴 하지만, 해야 할 말은 제 때에 제대로 하고 지내는 것이 오히려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단지 감정을 추스리고, 이성적으로 내 입장을 상대방에게 전해줌으로써 맘에 평정함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그래서 내 맘이 저 백련처럼 깨끗하고, 연잎 위에 있는 저 물방울처럼 맑고 투명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2010.7.17  천일기도 회향을 앞두고 관곡지를 다녀와서....................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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