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지금 연꽃은 절정 ..............

圓鏡 2009. 7. 25. 08:35

 

 

지난 6월 중순에 시흥연꽃테마파크를 들렀더니, 이르다는 느낌이었다. 연꽃들이 대부분 봉오리 상태였고, 당시 철이른 수련 몇 송이 피어 있었다. 

 

오늘은 주말이라 오랜만에 새벽기도에 동참하고, 소하2동 동사무소 앞, 신호대기 중인데 문득 지난 6월에 그 연꽃들이 다 피었겠구나, 한 번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좌회전 대기 중이던 내 차는 내 맘처럼 우회전을 해서, 비가 많이 내리는 이른 아침에, 물왕리 저수지를 지나 나분들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마치 내 차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

 

모내기가 끝난 노랑 모는 땅에 뿌리를 내린 탓에 짙은 녹색으로 변했고, 시원스런 시흥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인 데다 비가 많이 내리는 터라, 혹시 오늘은 나 혼자 구경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들판을 끼고 천천히 연지로 다가갔더니, 4차선으로 확장된 포장도로 한 켠으로는 예전처럼 수 십대의 차량들이 도열하듯 나란히 주차되어 있었다. 꽃 대가 내 키만한 연꽃대에는 꽃봉오리가 두 주먹만큼 큰 놈들이 만개한 터라 멀리서도 잘 보였다. 게다가 연꽃의 배경이 되어주는 연잎이 짙은 녹색임에 반해, 연꽃은 주로 흰색이거나 연분홍색으로써 아주 밝고 깨끗한 색상이어서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테마파크 주변의 들판은 온통 연꽃으로 장엄을 한 듯하였다.

 

전국의 좋은 사진기와 훌륭한 기사들이 한 곳에 모여서 출사대회를 하는 듯, 마치 벌들이 하나의 연꽃에 여러 마리 달라 붙어서 꿀을 따느라 여념이 없듯, 연지 주변에 모여서 정신을 한 곳에 오롯이 모으고, 연꽃 모습을 담는 기사들도 여념이 없었다.

 

오늘은 아무런 준비없이 새벽기도 후에 무작정 연꽃을 보러 간 터라, 내 손에는 긴 우산 하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에 담듯이, 오늘은 내 눈을 통해서 내 머리 속에 저장을 해두는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사진 찍는데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연꽃들을 눈요기하는데 집중하다보니, 다른 때보다 훨씬 기분이 달랐다. 디지털 카메라에 아름다운 모습의 연꽃을 담아야 한다는 욕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가벼운 맘으로 연꽃도 구경하고, 들판과 주변 산자락의 짙은 녹음도 바라보면서 산책하는 기분은, 여는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달랐다.

 

새하얀 연꽃으로부터 짙은 적색 연꽃까지 그 농도가 다양하였다. 나에게는 아주 옅은 분홍색 연꽃이 가장 맘에 끌렸다. 연꽃이 흰색과 붉은 색이 조화를 이루는데, 연꽃잎의 가장 자리와 끝 부분은 다른 곳보다는 짙은 색을 띠고 있다. 초파일 때, 노보살님들이 연꽃잎을 말아서 빚은 것과 똑 같은 색깔이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흰 천막에 인접한 연못에 피어 있는 수련이었다. 아주 검붉은 수련이 만개한 모습과 연분홍의 큰 수련의 활짝 핀 모습이었다. 분홍색 수련의 모습은 특이하게도 물 밖으로 모습을 완연하게 드러내 놓고, 꽃 잎의 대부분은 아래로 완전히 젖힌 모습이, 마치 시원스럽게 가슴을 활짝편 모습이었다. 가운데 노란색이 물든 연꽃잎들은 마치 암술과 수술처럼 한 가운데를 축으로 모여서,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수면을 향해 꽃잎을 젖힌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편 주먹만한 연꽃들은 하나 같이 어제 오늘 내린 빗방울을 가득 머금고 있어서, 평소에 보았던 연꽃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무튼 지금 시흥에 있는 연꽃테마파크에는 이번 장마비에 세탁을 한 색동 옷을 다소곳이 입고, 불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는 듯하다. 상쾌하고 조용한 이른 아침에 우산을 지팡이 삼아 천천히 포행을 하며, 연꽃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하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았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심"을 실천하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불국정토가 되려면 하심하는 불자들이 많아야 .......... 

 

이른 아침 시흥연꽃테마파크를 다녀와서............  원경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