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미가 여기저기 아파트 울타리 넘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 송이가 아니라 여러 송이가 한 다발되어 아름답게 피어 있다. 그저께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친 후, 오늘 아침에 얼굴을 보니 상처가 많이 나 있었다. 시들 때가 된 듯 하기도 하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는데...... 늘 아름다운 모습만 유지할 수는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 동물도 마찬가지 아름다운 것도 한 때가 있다. 그 시기를 지나면 시들고 병들고 말라 죽는다.
지금 3년째 해마다 내 나무, 백일홍 한 그루가 애를 태우고 있다. 우리 절 경내에 모든 나무에서 무성한 잎이 나오고 푸르는 데 올해도 마른 가지인 채로 서 있어서 이젠 뽑아내야 하나 보다 하고 결심을 했는데, 비가 내린 어느 주의 주말에 절에 가보았더니 감쪽같이 몇 일 동안에 많은 잎이 나와 있어서 나를 놀라게 하였다. 여전히 나무 끝의 잔 가지는 앙상한 채로, 한 번도 아니고 지금 세 번째 그러고 있다. 나무도 이 곳으로 이사를 와서 쉽게 적응을 하지 못 하는 가 보다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단지 말을 하지 못해서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있을 따름이지 살아 있는 생물은 모두다 공통적인 요소들이 많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양천변을 종종 산책하다 보면, 철마다 제방에 모습을 드러내는 식물들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마다, 눈에 띄게 모습을 드러내는 놈들이 있다. 사계절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식물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 만물이 그러하듯이 때가 되면 사람도 바뀌어야 하고, 자리도 물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어떤 조직이든 간에....... 더군다나 새로운 조직이 구성되면 새로운 인물들로 조직을 구성해야 하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제 맛이 난다. 비록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새로운 조직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서서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과거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도 있다. 물론 조직이라는 것이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가 단절되어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바뀌어야 할 부분은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조직에서 바꿔주는 것이 조직이 발전하고 살아 남는 길이다.
장미가 핀 유월이 지나면 무더운 여름날에는 또 새로운 꽃이 얼굴을 내밀면서 화려하게 등장할 것이다. 그 때는 유월의 장미도 그 꽃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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