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혼자서 구름산 풀코스를 천천히 조용히 걸어보았다. 운산정을 넘어서 다시 금강정사로 해서 볼 일을 보고 오후에 귀가했다. 오늘은 구름산불교대학 2기생 입학식(32명)과 기본교육 43기생 토요반 입재식이 있었다.
날씨가 풀려, 봄인지라 눈에 띄게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부부나 중년층)이 늘었다. 비교적 한적한 코스를 선택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태양이 눈부신 하늘을 처다보기도 하고, 오솔길 바닥에 많은 돌과 바위를 관찰하면서 모처럼 맘에 여유를 가지고 걸어 보았다.
정상에 있는 운산정 정자에 올랐더니 아직은 겨울바람처럼 차가워서 잠시 앉아 있다가는 일어섰다. 하산 길은 어제 내린 비로 얼어붙었던 길이 녹아아서 질퍽질퍽하였다. 미끄러워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길바닥만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하산하였다.
하늘에 눈부시도록 햇볕을 부어대는 저 태양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내가 걷고 있는 이 오솔길에 있는 돌과 바위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게 나에는 어떤 의미를 주나? 언젠가는 없어진다는 것은 진리일 것이다. 그런데 100년을 채 살지 못하는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런 사실이 뭘 그리 대단한 진리가 될 수 있나? 하루를 살고는 죽는다는 하루살이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늘 뿐만 아니라 시간상으로 내일이 있다는 것을 그 하루살이가 이해한다손치더라도 그 하루살이에게는 그게 큰 의미를 주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자기( 하루살이 )하고는 크게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법계에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空 사상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맞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생물이라면 그 맘의 상태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순간순간 찰나찰나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맘을 한 곳에 일정시간 동안 묶어 두기란 쉽지 않다. 비록 몸은 고요하게 가만히 한 곳에 머무르더라도 맘은 시시각각 여기저기를 왔다갔다 한다. 세상만사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중요한 사실인가?
그런데 이것이 왜 대승불교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단지 우리가 한 곳에 집착을 하고, 분별심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번뇌망상( 좋고 싫은 것을 구별 )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서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탐진치가 근본적인 원인이 되어, 중생들은 불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탐진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탐진치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이 바로 근본불교(소승불교)에서는 팔정도라는 것이며, 대승불교에서는 육바라밀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기 불교대학, 제43기 기본교육 입재식 하던 날,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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