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정기모임에서 가장 비중 있게 토의된 안건이 바로 10/4일 새터민을 위한 천도재 행사였다. 지난 8월 석남사에 이어서 이번에는 칠장사에서 천도재를 올린다는 것이었다. 야외로 나가기 좋은 10월 초, 삼일간의 연휴가 시작되는 첫 날인데, 이 천도재에 동참하기로 지난 주에 약속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평소 출근하는 시간대에 사당역으로 향했다. 바쁜 발걸음은 정시에 나를 원하는 위치까지 데려다 주었다. 개인별로 미리 칠장사로 떠나신 분들을 제외하고, 몇 몇이는 전세 버스편으로 사당역에서 하나원으로 향했다. 연휴 첫 날인지라 예상보다 고속도로 교통정체가 심했다. 바쁜 마음에 고속도로를 포기하고 꼬불꼬불한 국도를 따라 도착하고 보니, 10시가 다 되었다. 국도로 바쁘게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은 나는 초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너무 좋았다. 맑고 높은 하늘 아래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있고, 가로수 일부는 단풍이 들어서 내가 그 동안 자연과 동떨어져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하나원에 도착하고 보니, 70명의 새터민들은 벌써부터 밖에 나와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아주 반갑게 맞이 하는 모습이 역력하었다. 마치 군대생활하는 군인들이 외출.외박 나가는 표정임을 읽을 수 있었다.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밖으로 나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칠장사에 도착하자마자 사시예불을 하고, 이어서 포교원장 혜총 스님의 법문( 천도재의 의미 )을 듣고, 이어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천도재를 칠장사 주지 지강스님 주관으로 진행을 하였다. 천도재에 들어가기 전에 천도재의 의미를 돌아가신 부모님과 선망조상들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서 천도재는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 살아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니 만큼 정성을 들여서 엄숙하게 지낼 것을 당부하셨다.
우리의 삶은 무상하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 몸을 벗고 가야 한다. 삼라만상은 베풀기 위해서 존재한다. 돈은 베풀기 위해서 버는 것이다. 거지는 받기만 한 과보가 쌓여서 된 것이다. 그러니 베풀어라. 베풀어라. 우리가 방금 하나원에서 칠장사까지 잠시 버스를 타고 편안하게 쉽게 도착했듯이, 영가.영혼들이 좋은 곳으로 쉽게 갈 수 있도록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기 위해서 천도재라는 것을 지내는 것이다. 선망조상님들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게 할 것이냐 아니냐? 가려면 편안하고 쉽게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냐 아니냐? 라는 것이다. 아주 쉽게 간단명료하게 천도재의 의미를 말씀해주셨다.
이렇게 법문을 하신 후에 칠장사 주지스님과 총무스님께서 법주와 바라지가 되어서 천도재를 지내게 되니까 초반부터 상당수의 새터민들 눈에는 눈물 자국이 보였다. 모두 맘이 착찹한 듯 해보였다. 그네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착찹하였다. 이네들이 얼마나 고뇌가 클까? 모두 사정이 다 다를 것이다. 크고 작은 고민거리가 없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이네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고민 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처음 하나원에 입소를 하게 되면 심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바로 교육을 받을 수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맨 먼저 하는 것이 건강진단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있어서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환자일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 정상인들보다 훨씬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통스럽게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살아가는 것일까?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 여기에 정해진 정답이 있을까? 아니면 사람마다 모두 답이 다 다를까? 행복의 기준은 뭘까? 나의 기준과 다른 사람의 기준이 같을까?
다를까? 한 평생을 무난하게 살아간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란 더욱 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불교, 특히 대승불교에서는 세상만사가 모두 맘 먹기에 달려 있다고 한다. 즉, 유심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말과 행동이 달라지고, 그것이 습관화될 때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은 행복과 불행도 자기 자신이 선택하는 선택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먼 훗날 내가 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시이래로 중생의 삶을 살아오면서 본의든 아니든, 쌓아온 악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업이란 의도된 자기의 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선인선과 악인악과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육바라밀을 통해서 그리고 팔정도를 통해서 평소에 바른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2008.10.3 개천절 날, 칠장사 천도재를 다녀와서.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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