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Events)

제6차 팔재계 수계실천 대법회 동참후기

圓鏡 2008. 9. 1. 00:49

 

 

늦 여름의 끝자락 8/30일 토요일, 아침 일찍 조계사 앞에서 8대의 버스가 남쪽 끝 순천땅, 조계산 송광사로 출발했다. 해마다 한 번씩, 조계종 포교원과 포교사단에서 주관하는 포교사 수련대회였다. 금년에는 여기에 13기 포교사 품수식까지 겸해서 양일간 송광사 대웅전 앞 마당에 야단법석을 마련하고, 바닥에는 기다란 은박지 두루마리 자리를 깔고 1200명 이상의 포교사와 관계자들이 함께 철야정진으로 하루 밤을 새웠다.

 

2004년 금강정사에서 실시한 불교기본교육수련회 참석차 두 대의 버스편으로 처음으로 승보종찰 송광사를 찾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 당시 상단에 올릴 공양물을 준비해서 도반들과 함께 계선스님을 모시고 1박 2일 과정으로 다녀왔다. 송광사는 그 당시 모습 그대로 나를 반갑게 맞이 하는 듯하였다. 우화각 보수공사하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달라졌다면, 그 당시에 계시던 스님들은 모두 바뀐듯하였다.

 

당시 밤늦게 버스편으로 도착한 우리는 어둠 속에 사자루에 짐을 풀고, 바로 동일스님으로부터 법문을 듣고, 짜여진 일정에 따라 공식행사를 시작했다. 절 입구 좌측 한켠에 있는 요사채에서 일박을 하고 난 후, 이튿날 새벽에 이름모를 새들이 울어대던 그 소음이 왜 그렇게 아름답게 들렸을까, 아직도 그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게 들리는듯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격언을 지금도 생각한다. 108배를 하면서 108염주를 만들었고, 새벽예불에 동참하여 함께 하였던 학승들의 우렁찬 목소리와 그 운율이 아직도 내 귀에는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커다란 배롱나무 두 그루가 각각 지장전과 승보전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백일홍의 붉은 꽃이 이번에는 활짝 피어 있었다. 나무가 아주 크기에붉은 꽃들도 많이 피어 있어서 보기 좋았다.

 

그 당시 새벽예불에 참석하면서 섰던 바로 그 자리에서 삼배를 올리고, 기본교육생 단체 사진을 찍었던 대웅전 앞 낮은 돌계단, 이번에도 그 자리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저녁예불과 새벽예불 때 볼 수 있는 법종의 종소리, 법고 치는 스님들의 손 놀림은 볼 수록 힘이 넘치고 신기하였다. 여러 대를 이어가면서 정해진 시간이 되면 사물은 다른 스님들의 손에 따라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번에 특이한 것은 오전 10시가 되면, 현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범종을 울린다고 한다. 조선시대 이래로 불교가 오늘날처럼 큰 위기를 맞이 한 적이 없었다고 사부대중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8/27일 평일날 오후 2시에는 서울광장에서 스님들이 1만명 이상 동참하고 불자들이 모여 20만 대중들의 집회가 있었다. 

 

토요일 오후 3시경 대웅전 앞마당에 당도하고 보니, 의외로 은박 두루마리 자리를 펴놓았다. 아, 오늘 밤은 여기서 지새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준비한 옷가지가 걱정스러웠다. 새벽녁에 추위를 어떻게 넘길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전국에서 참석한 포교사들은 1200명 정도로 대웅전 앞마당 좌우로 서 있는 배롱나무를 기준으로 빈 자리가 없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 광경은 대단하였다. 한 가운데에는 2기 전문포교사 20명과 13기 일반포교사 397명이 자리를 잡았고, 그 좌우로 각 지역단 별로 자리를 잡았다. 가장 동참인원이 많은 곳은 역시 불심이 강한 부산경남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 인구의 반이 살고 있는 서울경기지역단이 그 다음, 그리고 대구.경북이 많았다. 이 세 곳의 인원이 전체 동참인원의 약 80%가 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요행사는 다섯 가지였다.  수련회 강의, 팔재계 수계식, 관정의식, 보살계 수계식, 포교사 품수식 등이었다. 이 중에서 나에게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작년에 한 번 받아 보았던 보살계 수계식이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이 수계식장에는 찬란하게 눈부신 태양이 사정없이 햇빛을 쏟아 부어대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쏘는 햇빛과 은박 자리에 반사되는 빛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마치 떠거운 가마솥 속에 들어 있는 콩과 같은 신세가 되었다. 수계식에서는 세 번씩 반복되는 물음과 그 에 따르는 답변과 함께 큰 절을 매번해야 한다. 등줄기에서는 땀이 흘러내린다. 철야를 한 뒤라 때로는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정신상태를 스스로 한 번씩 가다듬어서 몸을 바로 유지해야만 한다. 법상에 앉으신 스님들께서는 이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하라. 비 오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씀을 하신다. 내 옆에 있는 연로하신 두 분 포교사님들은 아예 손수건으로 머리를 쌓고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여러 보살님들은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서 손수건으로, 손으로 그리고 책으로 햇빛을 가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것도 하나의 수행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무더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참고 견디었다. 수련회 강의 중에는 첫날 밤에 법상에 오르신 송광사 율원장 스님의 법문이었다. 담백하고 유창한 어투로 거침없이 쏟아 붇는 법문은말씀은 1200 포교사들의 연이은 박수갈채로 이어졌다. 아마도 법문시간과 박수친 시간이 같을 정도였다.

 

이번에 받은 보살계의 의미에 따라 10가지 중요한 계율은 이번 수련회를 계기로 해서 꼭 지키면서 살아가고자 서원했다. 즉, 5계를 충실하게 따르며 진심(화)를 내지 않고, 맑고 밝게 살아가기로 맘 먹었다. Clean/Smile.

그리고 이번 법회에 참석하면서 느낀 것은 포교사의 평균수준이 되려면, 최소한 천수경쯤은 암송을 하자. 그리고 종단에서 나온 새로운 한글 반야심경도 암송을 해야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계총림 금강계단 보살계첩 중에서 십중대계는 다음과 같다.

1. 살생하지 말라.  2. 훔치지 말라.  3. 사음하지 말라.  4. 거짓말 하지 말라.  5. 술을 팔지 말라.  6.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7. 자기를 칭찬하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지 말라.  8. 인색하지 말며, 남을 인색하도록 가르치지도 말라.  9. 성내는 마음을 가지지 말라.  10. 삼보를 비방하지 말라.

 

48경계는 나두고라도, 이번에 수계를 한 10가지 중요한 계는 지키면서 살아가고자 한다. 계는 곧 파하게 될지라도 받는 것이 좋다. 꼭 지킬 수 있는 항목만 받아라. 파계하기 전에 사계를 하라. 불문에서는 알고 짓는 죄가 모르고 짓는 죄보다 훨씬 가볍다고 한다. 이렇게 수계와 지계에 관한 많은 말들이 있다. 지금 기분은 아주 홀가분하다. 참회를 한 후에 대덕스님들로부터 다시 계를 받아서 새로운 기분으로 삶을 시작하는 기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의 업에 따르는 과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보다 나은 삶을 통해서 선업을 쌓고 살아갈 것을 다짐해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8.8.31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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