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비상(非常)의 맛

圓鏡 2008. 7. 10. 07:39

 

이 우주의 삼라만상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생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예비군과 민방위 의무를 다한지 몇 년이 지났는데, 느닷없이 오늘 새벽에는 비상훈련이 있었다. 다름아니라 새벽 3시 전후로 전화가 두 번 그리고 문자 메시지가 한 번 날아 왔다. 거실에 놓여 있던 가방 속에 들어 있던 휴대전화 소리를 꿈 속에서 듣질 못 했다. 결국은 두 번째 온 전화소리가 끊어지고 나서야 다시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전화통화 후, 새벽 4시 이전에 집을 나서서 회사로 향했다. 요즈음은 통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전 세계가 동일한 시간과 동일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모양이다. 오늘의 비상훈련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하게 되었다.

 

비록 잠이 덜 깬 상태라서 내 몸은 무거웠지만, 기분만은 그렇지 않았다. 선선한 새벽 공기에다, 대낮처럼 환한 도로가 가로등 불빛에 밝게 보였다. 게다가 교통량이 현저하게 줄어서 대로는 평소보다 더 넓게 보였다. 차량의 시동을 걸자마자 오디오 카셋에서 들려오는 반야심경과 목탁소리를 들으면서 양쪽 창문을 적당하게 열어 놓고, 탁트인 남부순환로를 달리는 기분은 아주 좋았다.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기분을 모처럼 비상상태를 맞이해서 즐겨 보았다.

 

아침 7시까지 요청받은 자료를 완성시켜서 보내고 나서, 평소보다 이른 아침을 회사에서 맞이하는 기분또한 색다르게 느껴졌다.

 

2008.7.10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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