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마음에 잡초을 뽑아

圓鏡 2008. 5. 4. 01:19

늘상 토요일 아침에 참석하는 새벽기도에 여느 주나 다름없이 참석하였다.

이젠 해가 많이 길어져서 6시 5분전에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면 바깥이 훤

하게 밝아 있다.

계획된 대로 회장단이 중심이 되어서 종무원들과 신도들이 동참해서  도량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기로 하였다. 법당을 나서자 상쾌한 아침 공기가 기분

을 좋게 했다. 눈부신 태양이 아직 기세를 부릴 시간이 아니어서 주변의

아릅다움이 더욱 돋보였다. 철쭉과 연등으로 온통 뒤덮인 도량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번 보고 지나치기엔 아쉬워서 디카로 몇 장 담아 놓고,

실 장갑을 끼고, 호미를 들고 나섰다.

평소에 그렇게 유심히 보지 않아서 잡초라고는 본 적이 없었는데, 도량

어간 돌계단 입구에 여기저기 잡초들이 수북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키 큰 민들레가 대부분이었다. 이미 꽃은 다 지고, 씨앗까지 대부분 바람에

다 날아가고 앙상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어떤 것을 잡초라고 규정해야 하나, 보기 아름다우면 꽃이라고 놔두고,

내 눈에 추해 보이면 잡초라고 해야 하는가?

 

꽃 밭에 핀 꽃은 그대로 두고, 울타리 밖에 피어 있는 꽃은 잡초로 취급하면

되는가?

 

도량 주변에 있는 잡초를 뽑아야 하는가, 내 마음에 있는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가?

 

아무튼 민들레는 잡초로 규정하고 모두 뽑기로 하고 제거하는데 한참동안

뽑다가 주변을 한 번 둘러봐도 민들레와 잡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사람을 심리적으로 먼저 지치게 하였다.

함께 나선 법우들과 함께 합심해서 큰 놈부터 정리하고 보니, 마치 더벅머리로

덥수룩한 사람이 짧은 스포츠형으로 이발을 한 것처럼 내 손이 닿은 곳은

모두 깨끗해 보였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내 마음의 잡초를 이런 정도라도 뽑아내고,

지혜를 얻었으면 하는 맘이 간절하다. 이번 봉축행사에서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봉축법요식, 봉축 점등식, 그리고 연등법회 사회자 역할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하다보니 늦은 새벽으로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금강불자 모두 두루두루 성불하였으면 좋겠다. 성불하십시오.

 

2008. 5. 4  일요일 새벽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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