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겨울의 아름다운 모습

圓鏡 2008. 2. 26. 13:25

대부분 사계절 중에서 가장 멋 없는 계절을 겨울이라고 한다. 산과 들이 모두 메마르고 황량하기에 그렇게 표현하는 듯하다. 그러나 어제 같은 경우, 2월 하순인 겨울의 끝자락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듯이 낮동안 하루 종일 눈이 내리더니, 자정이 넘어서까지 계속 내려서, 오늘 아침에는 온 천지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집 주변의 큰 느티나무의 잔 가지에 소복하게 쌓인 눈과 눈이 쌓이지 않는 가지의 아랫부분이 대조를 이루어, 한 폭의 흑백그림과 같이 보인다. 옥외 주차한 승용차는 모두 하얀 솜 이불을 덮고 늦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인위적으로는 꾸미기 어려운 모습을 자연은 하루밤 사이에 이렇게 천지를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평소 아름다운 것이나 추한 것이나 모두를 평등하게 하는 자연의 힘이 나로 하여금 자연을 경건하게 대하게 한다. 이른 아침 출근 길에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워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휴대폰 카메라에 집 주변의 모습을 몇 장 담아 보았다.

 

하루 밤 사이에 아름답고 더러운 모든 것들을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얼마나 수행을 더 해야, 매사에 대해서 분별심을 일으키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모든 법, 공한 상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나니........... 

 

2008.2.26  원경합장

 

 

하루가 지난 이튿날 아침에도 출근 길에 어제와 같은 장소에서 몇 장 을 담았다. 이젠 계절의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교적 만은 눈이 내렸는데, 나무가 우거지 숲속에는 잔설이 남아 있지만 왠만한 응달에조차 모두 녹아서, 희끗희끗 남은 잔설이 보이긴 해도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번 주말에는 아파트 건물의 양지바른 곳에 서 있는 백목련과 적목련은 꽃 잎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있는 목련 꽃봉오리를 보면 봄을 맞이할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목련꽃나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 묵묵히 양지바른 곳에 조용히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봄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 목련이다. 특히 새하얗게 핀 목련꽃은 꽃 잎이 크고, 나무가지에는 나무잎도 없이 온통 하얀 꽃잎으로만 수 놓아 돋보이는 꽃나무이다. 내주이면 [나, 여기에 서 있어요]하고 크게 외치면서 여기저기서 우리의 시선을 끌게 될 목련꽃의 모습을 기다리면서 봄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서 오늘은 거사회에서 주관하는 산행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즐겁고 안전한 산행이 되길 바란다. 이제 준비를 하고 일어서야 할 시간이다.(3/1일추가)  

 

2008.3.1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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