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칼라의 변화

圓鏡 2008. 3. 4. 08:16

출근버스의 출발시간은 겨울이나 지금이나 일년내내 변화는 없건만 한 달 전만 해도 6시 55분은 깜깜한 밤이었다. 이제는 밖이 훤하게 밝은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으로 변해있다. 문득 광덕스님의 글 중에 [생명은 밝은데서 성장한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버스에 오르면 늘 아침의 단잠을 즐기곤 했건만 오늘은 즐겨듣던 음악과 밝은 바깥 세상을 구경하느라 단잠을 포기했다.

 

세상은 변한다는 사실(사례 하나를)을 오늘 출근 길에 발견했다. 과거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던 그 당시운전기사라는 직업은 블루칼라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서비스 업종의 대표적인 것으로 변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운전기사는 조금은 깨끗하지 못 한 점퍼차림에 창문이 닫힌 실내에서 운전기사도 손님도 담배를 맘대로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실내 라디오 채널과 음량의 크기 조절도 기사 맘이었다. 그 당시 실내에 냉방시설은 없었지, 난방시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기사 맘이다. 차량에 시설물에 관한한 주인은 그것을 이용하는 고객이 주인이 아니라 그 설비를 조작하는 기사가 주인이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기사는 그런 모습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우선 승차를 하면 반갑게 인사를 먼저 건넨다. 그리고 실내 TV는 출발함과 동시 끄고, 손님이 모두 승차하고 나면 실내 소등까지 해준다. 그리고 온도는 가끔 손님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조절을 한다. 손님이 원하면 친절하게 온도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외모가 과거보다 훨씬 깨끗해진 기사분을 볼 수 있고, 말과 행동도 훨씬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점퍼차림은 양복으로 바뀌고 흰 와이셔츠차림에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매고 있다. 이 정도면 과거 운전 기사님들의 외양과 언행이 모두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반면에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화이트칼라의 상당수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특정 보직이 아니면 가능한 자유스러운 복장을 추구하고 있다. 노타이에 캐주얼 차림을 좋아한다. 게다가 젊은 이에게서는 그보다 한층 더한 파격의 묘미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부서에서는 좌석배치부터 근무복장은 자유스러운 분위기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어서 화이트 칼라는 자유스런 복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면 이 한 세대동안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으로 주변을 관찰해봄으로써 알 수 있다. 지붕의 처마가 아래로 처진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하늘로 치솟는 디자인도 볼 수 있듯이 과거우리 일상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중에는 그 정반대로 바뀌어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뒷받침된 우리의 관습은 바뀌지 않는 것들도 있다. 겉 모양은 바뀌어도 속은 바뀌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렇지만 많은 영역에서 많은 것들이 90도 혹은 180도로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두 세대 내지는 세 세대의 삶은 살아가는 우리로써는 이 변화를 거부할 수 없다. 오로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삶의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그러하지 못한 가운데 세대차이와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요인을 잘 파악하고 적응해나가는 것이 현명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 아침에 한 번 해본다.

 

2008.3.4  원경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