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출발하여 첫 번째 목적지인 청량사에는 날이 어두운 가운데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는 이미 전등불이 길을 비추고, 주변은 깜깜한 가운데 가을 밤의 싸늘함이 온 몸을 파고 들었다. 하현달이 멀리서 달 빛을 비춰주고, 산 속에는 군데군데 연등이 불빛으로 너른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불빛이 안내하는 대로 가파른 산 길을 도반들과 함께 나즈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도 하면서 걸었다. 가쁜 숨소리와 작은 발자국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산 길을 한 동안 걸었더니, 먼저 범종각이 불을 밝히고 맞아주었다. 재작년에 불서 도반들과 청량사에 한 번 와 본적이 있어서 쉽게 가람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주불이 모셔진 유리보전에 들러서 삼배를 하니, 주지스님께서 법당내에 있는 난방설비를 점검하고 계시면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요사채에 들러 여장을 풀고 저녁공양부터 맛있게 하였다. 도반들과 함께 따뜻한 방에 둘러 앉아 철야일정과 향후 25연등 신행활동 계획에 대해서 논의를 하였다. 밤 10시부터 철야기도는 시작되었다.
먼저 천수경 봉독을 하고 나를 닦는 108배를 한 다음에 바로 [약사 여래불] 정근으로 들어갔다. 이 정근은 스님들이 한 시간마다 릴레이식으로 목탁을 받아 집전을 하시면서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새벽 4시에는 도량석을 신호로 범종각의 종소리, 목어, 운판에서 법당의 명종으로 이어져서 새벽예불이 시작되었다. 조용한 산사의 새벽은 고요함과 싸늘함만이 있었다. 아침에 날이 밝은 후에 주변을 돌아보니 서리가 내려 있고, 연꽃이 담겨 있는 장독 뚜껑에는 살 얼음이 얼어 있었다.
자정을 넘기고 새벽으로 들어서면서 고단함과 배고픔 그리고 수마가 찾아와 육신을 괴롭혔다. 입으로는 [약사 여래불]을 칭명하고, 몸으로는 큰 절을 하고 있는 가운데 수마가 찾아 든다는 것이 내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는 칭명염불 발음도 잘 안 되었다. 모음동화 현상이 일어나서 [약사 여래불]이 아니라 자꾸만 [역사 여래불]이 입에서 나온다. 내가 졸고 있는 순간이었다. 하는 수 없이 차가운 밤 공기를 마시며, 수마를 쫓기 위해서 밖으로 나와서 가파른 계단을 따라 법당에서 떨어진 세면장을 찾아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한 다음에 다시 법당으로 들어섰다.
새벽예불을 마친 후에는 산책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밖은 아직 어두워 한 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가진 후 6시경에 응진전이 있는 곳으로 운력겸 산책을 하였다. 산책은 밤새 혹사한 다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밤새워 잠을 못 잔 육신을 이끌고 천애의 절벽을 끼고 응진전으로 가는 길에는 현기증이 나서 발 아래로 내려다 볼 수가 없었다. 응진전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서 동이 트는 이른 아침 청량사 도량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았고, 병풍처럼 가람을 감싸고 있는 기암절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2007.10.24 원경합장
청량사에서 이른 아침 아침공양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안동 북부에 위치한 봉정사로 향했다.
천년 고찰인 봉정사에서 사시예불을 마치고는 다시 영주에 있는 부석사로 향했다. 부석사 무량
수전의 아미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늦은 시각에 점심공양한 후에 귀가 길에 올랐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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