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Events)

8재계와 보살계 수계식(통도사)

圓鏡 2007. 9. 2. 22:38

우리나라 3대 사찰 중의 하나인 통도사를 가본 적이 없어서 떠나기 전날부터 맘 설레였다. 자주 가보았던 해인사(법보사찰), 그리고 2004년도 기본교육기간 중에 수련회를 송광사(승보사찰)로 갔었다. 그래서 이번 포교사단에서 주관하는 8재계 수계 및 수련대회에 참석하게 되면, 우리나라 3보 사찰을 모두 가보게 되는 셈이었다. 큰 사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남쪽에 있는 두 사찰이 늘 먼저 떠올랐다. 다름아닌 불보사찰 통도사와 그리고 부산에 있는 범어사였다.

 

토요일 아침 일찍 여유있게 집을 나섰다. 조계사 대웅전이라도 한 번 들러보려고..... 평소에도 여러 번 가보았지만 법당에 들어가본 기억이 없어서....  일기예보는 주말내내 비가 내리는 것으로 예보되어 있었고, 게다가 남쪽에는 더욱더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이었다. 비가 오게 되면 여행도 불편하지만 행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은 토요일 자정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촛불행진은 취소되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다.

 

통도사에 도착하고 보니 전국 각지에서 포교사를 실어나른 버스가 20여대 주차되어 있었고, 설법전에 당도하고 보니, 목조 건물으로 그렇게 큰 강당을 본 적이 없었다. 실내에 빽빽하게 들어선 포교사들이 모두 1200명이나 된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배출된 포교사가 8,000여명이나 되고, 제대로 포교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인원이 약 2,000여명이라고 들었다. 그 중에 1,200명이 참석한 대법회였다. 조계종 포교사단에 주관한 이번 행사명은 [8재계 수계 및 실천 대법회]이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전국 각지역에서 기수단이 깃발을 들고 들어와 상단앞에 좌우로 깃발을 꽂아 두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생각보다 훨씬 규모가 큰 행사였다. 통도사의 주지스님과 학인스님들의 지원하에 각종 행사가 진행되었고, 조계종 포교원장 스님이 이번 행사내내 동참하셨다.

 

조계사 앞에서 버스편으로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출발하였는데, 우중에 통도사에 도착하고 보니 오후 5시경이 되었다. 저녁예불을 시작으로 주요 프로그램은 8재계 수계식, 철야정진 기도(천수경, 신묘장구대다라니), 새벽예불, 그리고 이어서 보살계 수계식을 가졌다. 자정으로 넘어 가면서 피로와 수마가 찾아와서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보살계 수계식은 길어서 무릎이 아파 장궤합장을 제대로 할 수도 없었거니와 졸음과 함께 수계식을 마쳤다. 무척 힘겹게.......  이런 순간에 졸음과 육체적인 통증으로 제대로 수계식에 응하지 못해서 내 스스로 아쉬움이 많았다.  수계식은 포교원장 혜총스님을 전계대화상으로 모시고, 갈마와 교수 아사리에는 통도사 주지 정우스님과 율주 혜남스님을 모시고 진행하였다. 

 

토요일 출발하기 전까지 제대로 몰랐던 것이 오후 불식( 점심식사 후에는 저녁과 간식이 일체 없음 )이었다. 게다가 철야법회라는 법회일정을 보고서 무척 고민스러웠다. 평소에 한 끼라도 굶어 본적이 별로 없는 이 육신으로 저녁을 굶고서 그것도 철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새벽예불 직전에는 배고픔과 피로, 그리고 졸음이 겹쳐서 인내심을 발휘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그런데 내 가방 속에는 출발할 때 배급받은 백설 떡 한 덩어리와 복숭아 두 개가 들어 있어서, 그들이 나를 무척 유혹하고 있었다. 결국 참지 않고, 물을 꺼내 마시면서 떡을 먹고서야 배고픔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졸음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어제 아침부터 내린 비는 양산 통도사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렸고, 지난 밤 밤새 멈추지 않았다.  밤새 내린 비로 설법전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 소리와 설법전을 끼고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밤새 우리와 함께 하였다. 법회 중에도 가끔 밖을 내다보면 열린 문을 통해서 굵은 빗줄기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장마철에 내리는 비처럼 멈추지 않고, 빗 줄기도 굵었다. 아직 태풍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 추수계절로 들어섰다. 이달 하순에는 추석명절이 기다리고 있다. 복잡한 교통편을 생각하면, 하향 할 일이 걱정스러워진다. 이렇게 나에게 명절이라는 것은 즐거운 것이 아니라, 오고가고 하는 길이 걱정되는 것이현실이다. 오늘은 아버님의 여든 두 번째 생신이라 아내는 어제 하향하였지만, 나는 통도사로 향했다. 그 자리에 동참하지 못해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의 불심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에 만족하면서 자위를 해본다.

 

2007. 9. 2  일요일  원경합장

 서울경기지역 포교사님들 단체와 봉은불교대학 도반님들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