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조화와 균형 그리고 변화

圓鏡 2007. 6. 19. 07:47

 

오늘은 아침시간을 아주 여유있게 활용하고 있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좌선을 잠깐 하고, 자전거 타고 안양천변을 나갔다가, 인터넷에 어제 올린 질문에 대한 시원한 답을 접하고는 궁금증이 확풀린 기분 좋은 아침이다. 우리집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중장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만큼 소음이 심하다. 금년 한 해는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른 아침이라 공기도 맑고 시원하다. 비교적 나이드신 분들이 아침 산책을 하고, 간혹 나처럼 자전거로 상쾌함을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띄였다. 금천교 부근에는 한 때 밝은 노란색 꽃과 연녹색의 잎을 자랑하던 유채꽃이 이미 옅은 갈색을 띤 씨앗만 간직한 채 묵묵히 모여있다. 철산교 부근에는 철 이른 코스모스가 적지 않게 피었다. 안양천 건너편 광명측 둑방에는 제초를 한 무더기들이 늘려 있는 모습이 마치 보리를 베어 밭에 늘어 놓은듯 하다. 일부 잡초들은 열매를 맺어서 누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노란꽃은 이미 지고 있다.

 

안양천 흐르는 물 곳곳에 쉽게 눈에 띄는 것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청둥오리들이다. 가끔 보이는 것이 잿빛 두루미와 하얀 두루미이다. 이들도 아침 일찍 먹이를 찾느라 무척 바쁜 것 같다. 귀가길에는 시흥역 근처에 당도하니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인파를 거슬러 귀가 가면서 평소와는 다른 변화를 잠시 맛보았다.

 

선선한 아침 공기, 주변에는 푸른빛 못지 않게 갈색이 많이 눈에 띄고, 코스모스까지 적당하게 피어서 마치 초가을과 같은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한 아침이었다. 무더운 여름이 아직 기다리고 있고, 장마가 이번 주말부터 온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는 이런 시점에서 초가을 정취를 잠시 느껴보았다.

 

뭇 짐승들도 짝이 지어 살아가고, 꽃으로 가득한 꽃밭보다는 녹색 바탕에 적당하게 코스모스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자연은 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간직하려고 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은 곧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곧잘 조화와 균형을 깨뜨린다. 무엇이든지 한 번 시작하게 되면, 그것에 몰입하여 추구하는 바를 100%이상 초과달성하려는 것이 대부분의 목표이고, 희망사항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매사에 무리 수를 두게 된다. 그래서 내 몸과 마음도 피곤하고, 주위 환경도 해치게 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원인은 하나이다. 바로 욕심때문이다. 우리의 번뇌망상이 탐.진.치인데 그 중에 이 탐욕이야말로 진과 치의 원인이기도 하다.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적당하게 취하면 될 것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식으로 매사를 추진하다보니 조화와 균형은 깨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매사를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를 시도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으로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이 함께 번영을 추구해나감이 공존공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2007. 6. 19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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