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연꽃과 장미

圓鏡 2007. 6. 9. 20:56

 

오늘 오후에는 모처럼 아내와 함께 지인이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인사동 단성갤러리에 들렀다. 몇 년 전에 개인전을 열었을 때보다는 규모가 조금 적었지만, 이번에는 주제가 연꽃과 장미꽃이었다. 계절적으로 연꽃은 다소 이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장미꽃은 지금이 제철인듯 하다. 계절에 걸맞은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인사동에 들러서, 오랫만에 감성을 많이 정화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인사동 거리를 그냥 지나쳐 올 수가 없어서 주변에 있는 집을 일일이 들러, 다리품을 팔아가면서 눈요기를 실컷하고 귀가하니, 하루 해가 저물고 있었다.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전통미를 맛 볼 수 있는 곳, 인사동 거리가 비록 짧긴 해도 작은 화랑이 많고, 골동품과 전통 공예품이 함께 어우러져 볼거리를 아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길거리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고, 한 쪽 마당에서는 택견시범을 보이고, 다른 쪽에서는 거리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귀가하는 길에는 다리가 아프니까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라는 노래가사가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작년에 연꽃 구경을 무더운 여름철 어느 날, 일요법회를 마치고 갔더니 넓은 연꽃밭에 연이 시퍼렇게 자리잡고 있었지만, 연꽃을 구경하긴 어려웠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연꽃은 이른 오전에 꽃을 피우고, 더운 낮 시간동안에는 꽃잎을 닫는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작년에는 시흥에 있는 연꽃 재배단지로 가본 적이 있으니까, 금년에는 멀리 있는 전남 무안이나 서울 근교인 양수리 세미원으로 한 번 가보고 싶다. 연꽃 구경은 여름철 내내, 9월에도 구경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른 아침에 활짝 핀 연꽃을 보려면, 양수리 세미원이 거리상 제격인듯 하다.

 

장미의 계절인 유월 초순인데, 우리 아파트 담장에 핀 짙은 붉은 색의 장미는 벌써 잎이 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뿐만 아니라 주변 아파트에도 담장에 장미꽃이 피어 있는데 하나같이 붉은 색의 장미넝쿨로 덮여 있어서 조금은 아쉽니다. 장미 꽃은 붉은 색 뿐만 아니라 흰색, 노랑색, 주황색 등 색깔이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붉은 색 일색으로 주변에 흔하게 눈에 띄다보니, 색다른 맛이 없어서 아쉽다. 그러나 요즈음 아침 저녁으로 나를 맞이 해주는 주변의 짙은 장미꽃은 기분을 한껏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20070609  원경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