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비가 오후내내 많이 내리던 날에 비하면 오늘은 전형적인 늦 봄날씨였다.
어제 두 아들 면회가면서 전곡, 포천 근처에서 눈에 띈 것이 아카시아였다. 아카시아
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아카시아 나무가지가 축쳐져 있었다. 물론 멀리 떨어져 있어서
향기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 순간 내일은 오랫만에 구름산 등산을
한 번 하면서 아카시아 향이라고 실컷 마셔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귀가를
하였다.
오늘 아침 식전, 시원할 때 등산을 하려고 일어나보니 해가 중천에 떠있다. 그래서
기왕 늦었는 것, 아침 식사라도 하고 가자고 생각하고 늦은 아침 식사 후에 10시경
구름산을 향했다. 보건소 근처에 있는 구름산 입구 당도하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작은
배낭을 매고 삼삼오오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입구에는 수령이 꽤나 되어 키가
큰 아카시아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인데,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나무들이 쉽게 눈에 띄였다. 시퍼런 나뭇잎들이 무성해야 할 시기인데 아직도 앙상한
나무가지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아무튼 아카시아 향을 맡을 수가 없었다. 시기적으로
조금은 늦은 듯하고, 그저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아카시아 꽃잎을 빗방울과 바람에
날려보낸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구름산으로 등산객들과 함께 올랐다. 가리대 광장에 당도하니
넓은 광장에 마련된 의자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쉬지 않고 그대로 산 중턱으로 난 옆 길을 택하여 계속해서 걸었다. 내리막
길을 잠시 걷고 난 후에 강하게 풍겨오는 아카시아 향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지역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아카시아 나무들은 꽃을 조금은 늦게 피웠는지 아직도 향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잠시 서서 아카시아 향수에 젖었다가 발걸음의 속도를 현저하게 늦추고
인적이 드문 길을 택해서 걷기 시작하였다.
한적한 오솔길에서는 가끔 등산객들과 마주치곤 하였지만 행선을 하기에 좋을 정도로
인적이 한산한 곳이었다. 한참을 걸어서 약수터에 당도하였다. 약수터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가는 다시 정상을 향해 난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때에도 아주 느린
발걸음으로 등산을 하였다. 훨씬 덜 힘들고 오르는 시간을 큰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가파른 돌계단에서는 천천히 오르되, 쉬지 말고 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 길에는 금강정사로 가는 길을 택했다. 늘 일요법회에 참석하던 시간인지라, 오늘
이 시간에도 법당에 들러서 삼배라도 하고 귀가할 생각으로 하산을 하였다. 하산 길에
갑작이 발길을 잠시 바꿔서 근처에 있는 월성사를 먼저 들러보았다. 초파일 후인지라
사찰을 관리하는 이 말고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다가는 이내
금강정사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사찰에 도착하고 보니, 그저께 초파일 우중에 마무리한 상태로 주변이 어수선한 상태로
있었다. 아직 도량에는 창고로 이동해야 할 물건들이 여기저기 늘려 있었고, 들어내야
할 무대도 그대로 있었다. 아직도 비닐에 쌓여 있는 장엄등이 도량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웅전에 들러보니 세 분의 보살님들이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법당에도
치워야 할 물건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그러나 청소를 하는 중이더라도 아주 깨끗한
법당이 보기 좋았다. 삼배를 마치고 법당을 나서려고 하는데 대호 거사님이 반대편
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 시간도 나고, 초파일 후라 뭔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나와봤다고 한다. 사실 초파일 큰 행사 후인지라 이번 일요법회는 원래부터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청소하는 몇 몇 분외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조용한 사찰이었다.
지난 초파일 전부터 한 번은 가보자고 하던 호국광명사( 52사단 군법당 )를 둘이서
가보자는 대호거사님의 제안에 나도 따라 나섰다. 사전에 연락도 하지 않고 가서 허탕
치고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가깝고, 시간도 있고 하니, 운동삼아
둘이서 걸어서 갔다. 생각했던 대로 위병소에 도착해서 출입관계를 알아보니 위병소
담당자는 군법당 법사.군종병에게 연락을 해서 법사님과 군종병이 급히 위병소로
픽업을 하러 나왔다.
법당에 들러 참배하고 나서는 바로 법당 아래에 있는 군법사님 요사채로 안내되어 차를
한 잔 하면서 초파일 전후의 상황, 작년에 있었던 군법당 이야기들로 시작해서 오늘날
불교의 위상과 미래의 방향에 대해서, 그리고 타 종교에 대한 불교의 입장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자리를 일어섰다. 왜냐하면 갑작스럽게 방문한 일이라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도 결례라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 오래 동안 앉아 있기에는 불편하였다.
큰 행사가 있을 때면, 항상 금강정사와 호국광명사 간에는 서로 협조를 하면서 지내왔던
이웃이었다. 우리 절에서는 화엄회에서 한 달에 두 번은 호국광명사를 찾아가서 군법회
지원을 하고 있다. 군법사님은 화엄회 보살님들에게 늘 감사하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작년과는 달리 연등축제 당일과 봉축법요식에 함께 하지 못 해서 미안하다는
말씀도 하셨다. 이 법사님도 내년 7월경이면 호국광명사를 떠나시겠지만 향후 군에서
오랫동안 포교활동을 할 것이라고 하셨다. 불교의 미래는 어린이와 군인과 같은 젊은이
들에게 있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도 보시이고 포교이지만, 젊은이와 어린이
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 불교의 미래는 발전적인 종교로 보장받게 될 것이다.
20070527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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