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전철이나 시내 거리를 다니면서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여성들이 핸드백 메고 가는 차림새이다. 내가 아내를 만나던 당시만 해도 핸드백 줄은 아주 길어서 핸드백이 엉덩이 위치쯤에 매달려 있거나 허리쯤 매달려서 걸을 때마다 핸드백이 좌우로 앞뒤로 흔들리곤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 핸드백은 모두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도록 줄이 아주 짧게 바뀌었다. 얼마 전만 해도 복잡한 전철간에서는 핸드백을 신체의 앞으로 당겨서 불편하게 손으로 잡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세상살이의 각박함과 안전에 관련된 것일 게다. 소매치기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이렇게 핸드백의 위치가 점점 달라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사람 사는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해져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어느 날 귀가 길에 우리 집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다른 중간층에서 탄 젊은이는 양손에 짐을 가득 들고 어깨에도 짐을 메고 탔다. 이럴 때에는 내가 먼저 원하는 층의 버턴을 눌러 주면 되는데 나 역시 말이 먼저 나오지 않았다. 그 젊은이 역시 나에게 부탁하지 않고서 불편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층의 버턴을 직접 눌렀다. 이럴 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내가 먼저 "몇 층을 눌러드릴까요" 하는 것이 좋고, 차선책으로는 "미안하지만 몇 층을 좀 눌러주십시요. 고맙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 또한 핸드백 위치변경과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타인에 대한 조그마한 성의, 도와줌 이러한 정신이 부족한 탓이면서 또한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기 싫어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과거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버렸는데, 버스간에서 앉아 있는 사람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의 가방이나 짐을 받아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받아 줄 생각도 않거니와 가방을 맡길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도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하는 요즈음의 세태라고 본다.
그래서 현대 사회는 다양한 문화와 문명의 발달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편리함 못지 않게, 복잡다단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가져다 준다. 각종 공과금 시스템, 문명의 기기들 조작, 수리, 법률 등등이 사람들을 못 살게 굴고 있다. 이러한 데다가 위와 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도 않고, 도와주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 변화의 추세이고 보면,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 함으로 인해서 서로가 어렵고, 불안하고, 불편해 하는 관계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20061210 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