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계절의 변화 앞에서

圓鏡 2006. 8. 20. 09:24

 

태풍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가을이 내 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들이

내 주변에 있다.

 

평소와 같이 일요일 아침 일찍

안양천 둔치을 산책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선선함과

눈에 쉽게 띄는 꽃, 코스모스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 장마 끝에는 큰 비가 내려,

안양천 산책로까지 물이 차 올라

코스모스 키의 반은 빗물 속에

침수되었지만

꽃 봉우리 부분만은 온전하게

보전되었다. 

 

일부 코스모스 꽃들은

계절을 먼저 감지해서 그런지,

아니면 계절을 착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 여름에 만개하여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을의 정취에 잠시 빠져들게 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코스모스는 많이 피어 있다.

 

선선해진 바람과 코스모스만으로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무더운 여름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아침이다.

 

몇 년전에 아열대기후 지방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데,

한 겨울에 따듯한 날씨와 

일년내내 꽃이 피어있는 곳이어서

처음에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기분이 새로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일년 사계절이 분명한 이곳이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원경 200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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