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함빡눈이 내리는 날

圓鏡 2019. 2. 19. 18:31


  올해는 여느 해 겨울보다는 덜 춥고, 눈도 덜 내린 해였던 것으로 느껴진다. 오늘 아침에 출근시간에 습기를 많이 머금은 함빡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이런 기분을 느꼈다. 아침에 도서관으로 걸어가는 길에, 넓은 도로 좌우로 빈 공간을 가득 채운 눈이, 넓은 공간임을 실감나게 하였다. 높고 넓은 공간 가득히 내리는 함빡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 과연 지구라는 공간은 얼마만 하며, 끝이 없다는 우주의 실체는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내천을 따라 걸을 때에는 인적이 드문 고요함을 더욱더 느낄 수 있었다. 잠시 쉼터에 머물면서 휴대전화기로 동영상 사진도 찍어보고, 정지화면의 사진을 몇 장 담아보았다. 이 지구상에는 이렇게 눈이 내리는 지역이 제한되어 있다. 지난 달에 다녀온 인도북부(델리)의 건기 날씨( 추운 겨울 )가 영상 10도 안팎이라고 하니, 이 곳에 사는 사람은 눈을 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오래 전에 살아본 적이 있는 광주가 4계절 꽃이 피는 곳이며 연중 최저 기온이 영상 10도 안팎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4계절이 주는 의미는 여러가지 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지배를 받는 것이 바로 기후일 것이다. 그 기후에 적응하면서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가 그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 있고, 체질마져도 그 지역의 기후 특성에 맞춰 적응을 해야만 살아 남을 수가 있는 것이다. 열대나 한대지방에 사는 사람들보다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기후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더할 것이다. 통신기기의 번인(burn-in) 테스트의 온도변화 사이클은 단시간내에 그 통신기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듯이, 사람에게 4계절의 온도변화 역시 그러하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온도 스트레스를 더 많이 줄 것이다.  그 온도변화의 스트레스가 우리의 건강에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스트레스를 무난하게 잘 이겨내게 되면 덕이 될 것이고, 그러하지 못하다면 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들이 환절기에 많이 돌아가시는 것만 봐도 환절기의 기후변화가 우리 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사계절이 있어 좋은 이 곳은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한편 오늘을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은 불편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백성을 편하게 잘 관리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정치가 백성들을 못 살게 하고 있어서 그러하다. 파벌이나 개인의 안위를 도모하기 위해서 백성이나 국민이라고 이름만 들먹이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뿐, 진정 백성들을 위한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통계자료가 말을 해준다. 그래서 통계자료마져 조작하려 들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이 3년차 들어서면 소상공인 저소득층의 고통이 여기 저기서 들린다. 문을 닫는 가게가 들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아전인수격으로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고, 백성들을 양분시켜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매사에 대해서 사실대로 알려주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그 경과를 알려주고 양해를 구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면 누가 정치인을 믿고 따르지 않겠는가?  지난 역사가 말해주듯이 국가나 백성이란 개념이 그들에게는 없고 정파만 존재하는 것 같다. 앞으로 이 나라의 백성들이 얼마나 더 고초를 겪어야만 세상이 달라질 것인가?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악순화이 되풀이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되어 참으로 걱정스럽다.  "적폐청산"라는 정치수단 때문이다. 이 네 글자는 마치 "양두구육"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무난할 듯하다. 요즈음 정치가 그렇다. 백성들을 많이 속이고 있다. 그리고 의외로 백성들이 많이 속고 있다. 언제까지 동서로 남북으로 나뉘어져서 갈등을 뇌풀이 하면서 살 것인가?  그 갈등의 중심에는 정치인들이 늘 존재하고 있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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