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수행하신 사마타수행법과 위빠사나 수행법
첫째, 사마타든 위빠사나든 중요한 것은 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사마타의 대상은 표상(nimitta)이라는 개념(pannatti)이고 위빠사나의 대상은
법(dhamma)입니다. 이것이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잣대입니다. 이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둘째, 사마타는 대상(표상)에 대한 집중이고 위빠사나는 대상(법)에 대한 통찰입니다.
사마타(samatha)는 마음이 표상에 집중되어 마음의 떨림이나 동요가 그치고(止)
가라앉아 고요한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지(止)로 옮겼습니다.
위빠싸나(vipassan)는 ‘분리해서(vi) 보는 것(passana)’이라는 문자적인 뜻 그대로,
대상을 나타난 모양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무상하고 고이고 무아인 특성을
여실지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관(觀)으로 옮겼습니다.
이처럼 사마타는 대상(표상)에 집중하는 삼매(定) 수행이고 위빠싸나는
대상(법)을 무상 · 고 · 무아로 통찰하는 반야(통찰지, 慧) 수행입니다.
셋째, 사마타의 키워드는 닮은 표상이고 위빠싸나의 키워드는 무상 · 고 · 무아입니다.
〈청정도론〉은 사마타의 대상을 40가지 명상 주제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상 가운데 하나에 마음을 집중하여 그 대상에서 익힌 표상을 만들고,
이것이 마침내 닮은 표상(相似影像. patibhaga-nimitta)으로 승화되어 흩어지지 않고
오롯하게 되어, 매순간의 마음들이 이 닮은 표상에 고도로 집중된 상태를 사마타라 합니다.
위빠싸나는 마음(心) · 마음부수(心所) · 물질(色)로 구분되는 71가지 구경법들 가운데
하나를 통찰하는 수행인데 이처럼 법을 통찰해 들어가면 제법의 무상이나 고나 무아를
철견(徹見)하게 됩니다.
넷째, 사마타의 고요함만으로는 해탈 · 열반을 실현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마타는 마음과 대상이 온전히 하나가 된 그런 밝고 맑고 고요함에 억눌려
탐 · 진 · 치가 잠복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마타에서 나올 때는(出定) 다시
탐 · 진 · 치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무상 · 고 · 무아를 통찰하는 위빠싸나의
힘으로 이들의 뿌리를 멸절시켜야 영원히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되며 그래야 해탈 · 열반을
실현하게 됩니다. 그래서 무상 · 고 · 무아를를 해탈의 세 가지 관문이라고 합니다.
다섯째, 이처럼 위빠싸나의 지혜(통찰지)가 없이는 해탈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고요함과 고도의 집중이라는 사마타의 힘이 아니면 위빠싸나의 지혜가 생기기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초기경에서 사마타와 위빠싸나라는 술어는 거의
대부분 함께 나타나며 부처님께서는 이 둘을 부지런히 닦을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지관겸수(止觀兼修)를 강조하였습니다.
여섯째, 사마타를 먼저 닦을 것인가 위빠싸나를 먼저 닦을 것인가는 결국 인연 닿는
스승의 지도 방법과 수행자 자신의 관심과 성향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사마타를 반드시 먼저 닦아야 한다거나 위빠싸나만을 닦아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독단적인 견해일 뿐이고, 이런 견해를 고집하면 진정한 수행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수행은 무상 · 고 · 무아를 통찰하는 위빠싸나로 귀결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위빠싸나는 무상 · 고 · 무아를 관찰하는 것 그 자체이지
결코 특정한 수행 기법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교신문 2130호/ 5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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