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공양간 봉사를 마치고......

圓鏡 2014. 4. 21. 20:07

약 8년 전 예비포교사 시절, 3호선 안국역 주변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수 백명의 노인들을 위해서 점심공양을 위한 공양간 봉사를 해본 후, 어제 우리 절에서 공양간 봉사할 기회가 있었다.

어제는 150인분의 국수를 거사구에서 준비하였다. 여덟 명의 거사들에게 임무를 할당하고, 대웅전 일요법회 진행시간에 맞춰 물을 끓이고 육수를 준비한다. 국수를 끓는 물에 넣고, 끓어 오르는 거품을 찬물로 가라 앉히기를 세 번하고 나면, 국수를 건져내는데, 이어서 세 번의 찬물을 거쳐서 나오게 되면, 적당한 분량으로 나뉘어 그릇에 담는다. 가장 바쁜 시간은 배식을 할 때이다. 줄서 이어지는 배식시간에는 무척 바쁜 순간이다. 이렇게 배식을 마치고 맨 나중에 국수 한 그릇을 맛 있게 비우고 공양간 바닥청소와 설거지를 하게 된다.

모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공양간을 출입하면서, 바쁜 오전 시간을 보내고 나니, 뿌듯한 기분이 든다. 여덟 명의 거사들이 손발을 맞춰 역할분담한 대로 공양임무를 마치고 나니 보람을 느낀다. 이렇게 절에서 하는 운력과 봉사는 스스로 신심을 돈독하게 하고, 도반들간에 친목을 도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중 가장 큰 봉축행사를 치르기 위해 신도운영회의를 하다보면, 가끔은 뭔가 잘 못 생각하는 임원들이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가능하면 쉬운 일을 맡으려고 하거나, 적게 할당받아 가려고 한다. 물론 해당 조직의 능력이 할당받은 운력을 소화시킬 수 없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문제는 상대적으로 다른 조직에 비해 적게, 그리고 쉬운 일거리를 할당받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임원은 자기 조직이 복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조직을 활성화하고 도반들 간에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임원은 해당조직에서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나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원경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