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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 2012.6.6 조계사에서 )

圓鏡 2012. 7. 2. 23:45

숭상받기 원하면서 더 세속화 / 신격화된 모습에 불자들 분노 / 보살들 함부로 대한 태도 문제 / “기득권 버리는 데서 쇄신 출발”

 

불자들이 바라본 ‘조계종 사태’

 

승려들의 도박 동영상 폭로 이후 불교계의 처지가 참담하다. 이번 사건을 불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쇄신은 가능할까.

■ 계율과 파계에 대한 불자들의 관점은 이번 승려들의 도박 사건은 음주, 흡연, 룸살롱 출입, 성문제 등 사생활 스캔들로 확산됐다.

같은 불교라 하더라도 종단에 따라 계율과 관습이 다르다. 미얀마·타이 등 남방불교나 티베트불교에선 육식을 금하지 않는다. 한국불교에선 중국의 도가·유가와 어우러지고, 자유로운 선풍 때문에 술 문화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원효 대사와 경허 선사 등 한국불교의 양대산맥이 술과 이성(여자) 문제와 관련한 파계승이면서도 가장 존경받는 데서도 한국불교의 독특한 정서를 읽을 수 있다. 불교계에선 ‘엄청난 고행을 거쳐 불도를 이룬 선지식의 겉모습만을 닮아 자신의 파계를 정당화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다’는 비판론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불교 내적으로는 실제 삶에서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고 마음 씀이 큰 인물들이 평가받는 정서가 상당한 게 사실이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사찰 안에서 술상 차리는 <홍길동전>, 승려가 여자 희롱하는 탈춤을 보더라도 종교의 타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오히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현대로 접어들며 이제야 실상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라며 “1700년 전통을 이야기하지만, 조계종단이 출범한 것은 50년밖에 안 되므로 이제 시스템을 갖춰야 할 단계”라고 주장했다.

■ 다툼의 원인은 역시 ‘권력’이 문제다. 1994년 조계종단 개혁으로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 한명에게 집중됐던 권력이 총무원 간부들과 81명의 종회의원과 본사 주지들에게 분산돼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선거로 뽑힌 총무원장에 대해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대파의 흠집을 내는 행태에 대해선 공분하는 분위기다. 한 불교단체 실무자는 “아무개씨가 종단 고위층이 한 아파트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거액을 주면 제공하겠다고 2009년 불교단체에 제안했다”며 “그런 사람에게 불교계가 놀아나는 것이 현주소”라고 말했다. 또 그는 “94년 이후 은처승(처를 숨겨둔 승려) 소문이 돌지 않은 총무원장을 한 명도 못 볼 만큼 늘 반대파들로부터 음해가 난무했으나 실제 사실로 밝혀진 경우는 한 건도 못 봤다”며 혀를 찼다.

■ 불자들이 파계행위보다 더 분노하는 것은 붓다는 브라만이란 사제 집단을 우대하고 천민을 두는 계급질서의 타파, 인간평등을 부르짖고 세상에 출현했다. 그러나 한국불교에선 붓다가 없앤 계급이 부활했다. 불자는 젊은 승려에게도 3배를 할 것을 강요받기도 한다. 절 공양간도 ‘스님석’에 일반 불자가 접근했다간 욕을 보기 일쑤다. 한 불교학자는 “어느 종교 종단에도 없는 신격화 양상”이라며 “(승려들이) 돌부처처럼 숭상받기 원하면서 현실에선 출가의 본분을 망각한 채 세속인보다 더 세속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대중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조계사 마당에서 지난 5일 밤 처음 연 야단법석(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토론회)에서도 불자들이 술, 담배보다 오히려 승려들의 권위적이고 비인간적인 행태에 분노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대한불교청년회의 한 간부는 “종헌종법엔 조계종이 사부(비구·비구니·남성불자·여성불자)대중으로 구성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론 평등하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불교자원봉사연합회에서 봉사해왔다는 한 여성은 “스님들이 보살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화가 나서 삭발을 한 적이 있다”며 “재가자들도 삭발하고 승복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 기득권자들이 쇄신 응할까 조계종 본사주지회의와 종회·원로회·수좌회 등은 이번 사태 뒤 ‘연임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 자승 스님이 1년 반가량 남은 총무원장 임기를 수행하며 종단을 쇄신해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5~7일 사흘 연속 토론회에 이어 다음달 24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조계사에서 야단법석을 열기로 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돈과 권력에 대한 시스템이 쇄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94년 종단 개혁 이후 팔공산 갓바위 등 대표적 기도처가 종단에 소속돼 종단기금으로 활용된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불국사처럼 문화재 관람료가 많거나 불전이 쌓이는 유명 기도처 등이 여전히 소수의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좌회는 자승 스님이 관할하는 대표적 기도처인 관악산 연주암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종단을 움직이는 권력자들이 쇄신을 쉽게 용인하지는 않을 것임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야단법석이 끝날 때 한 불자는 “불자들이 깨어나지 않으면 쇄신은 불가능하다”며 “야단법석에서 총의를 모아보자”고 호소했다. 박수가 쏟아졌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한겨레신문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