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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자식의 결혼과 부모의 입장

圓鏡 2012. 6. 4. 20:21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자식의 결혼과 부모의 입장



질문 : 과년한 자식을 둔 어미입니다. 자식의 결혼 선택에 있어 부모 입장이 어떠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결혼을 시킬 때는 어떤 기준이 있으며, 부모로서 자식에게 어디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답변 :

과년한 자식이라고 하니 딸이 서른 살은 넘은 것 같네요. 딸을 위한 최선책은 아무 걱정 말고, 딸이 자기 인생 자기가 살게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결혼을 하던 안하던, 누구하고 결혼을 하던 부모로서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고 칭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혼해야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에요.

결혼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신이 생각할 때 ‘내 결혼 생활이 참 행복했다’라고 생각되는지 곰곰이 돌아봐야 합니다. 별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안 했을 것입니다. 딸이 늦도록 결혼 안 하는 것을 보면 부모의 결혼 생활을 알 수 있어요.

아마 딸은 무의식중에 ‘아이고, 저럴 바에야 결혼 안 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이 자꾸 늦어질 거예요. 그러므로 부모로서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면서 딸이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는 것도 좋은 인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무조건 결혼 안 하면 안 되는 줄 아는 시대에 태어나서 살았지만 요즘 같이 좋은 시대에는 혼자 살 수도 있고 결혼해서 살 수도 있으니 자유를 만끽하도록 내가 딸에게 도움을 주자.’ 엄마가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진짜 사랑이에요. 남에게 “자식을 결혼 안 시키고 그냥 두면 어떻게 하냐”는 소리 안 들으려고 억지로 결혼시키거나, ‘결혼까지 시켰으니 부모로서 내 할 일은 다 했다’는 부모의 의무감으로 결혼을 시키려 한다면 거기에는 도무지 딸의 인생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딸의 인생을 존중하며 딸이 어떤 결정을 하든지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남자가 남자끼리, 여자가 여자끼리 결혼해서 사는 게 법적으로 합법화되어 가는 시대에 와 있습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딸에게 생기더라도 “그래, 잘했다. 엄마는 네가 하는 일은 다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이 정도로 해 줄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아이고, 이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딸이 혼자 사는 것을 더더욱 존중해 주세요. 그게 아니고 ‘여자하고 사느니 어떤 남자든지 남자하고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딸이 어떤 남자를 데리고 오더라도 인정해야 합니다. 마음을 이렇게 정하면 딸의 결혼에 대해 아무 걱정이 안 되지요.

걱정한다는 것은 딸의 의사를 존중할 의향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만약에 딸이 신랑감을 구해달라고 부탁을 한다면 오히려 고민이 될 수가 있어요. “내가 어디 가서 너하고 살 남자를 구하겠니. 차라리 돈을 좀 대줄 테니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절대로 사람 탓은 안 할게.” 하세요. 그래서 딸이 자기가 알아서 남자를 데리고 오면 사람이 좋으니 나쁘니, 옳으니 그르니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요.

결혼문제로 자식과 원수가 되어 근심걱정을 안고 살지 마세요. 근심걱정하고 사는 게 소원이면 걱정하시고 괜한 걱정 안 하기를 바라면 딸에게서 관심을 끊으세요. 딸은 딸의 인생을 살고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부모의 권유가 옳을 수도 있지만 옳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식에게 득이 될 것 같지만 득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설령 자식이 도움을 요청해도 “알아서 살라”고 하세요. 그래도 딸이 엄마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하면 그때는 “돈은 조금 줄 수 있다”고 하세요. 사실은 도와줄 필요가 없지만 다른 것으로 못 도와주면 돈으로 돕는 것이 제일 쉬워요. 그런데 돈으로 도울 때는 부족한 듯해야 합니다.

자식을 위해서 부모로서 가장 잘하는 것은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부모가 나서면 안 됩니다. 그저 앉으면 벙어리가 되고 입을 열면 염불만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해요. 그러면 부모와 자식이 저절로 다 좋아집니다.


출처 : 법보신문 914호 [2007년 08월 30일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