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초파일을 뒤로 하며........

圓鏡 2012. 5. 29. 21:48

 

해마다 맞이하는 초파일을 두고, 올해는 어느 사찰로 가서 법요식에 참가할까를 망설였던 해였다. 우리가 우리의 한 치 앞을 이렇게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바세계에서 이렇게 살아가기에 살맛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의 도반들이 올 초파일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물어오는 경우도 있었고, 나도 내가 가야할 곳을 몰라 한 동안 망설였던 적도 있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초파일 당일에는 대부분의 도반들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반은 낯이 익고, 반은 낯이 설은 봉사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도량에서 초파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젠 이것도 내가 겪어야 할 시절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세상만사가 일체유심조라는 말도 가슴에 와닿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것인지, 아는 것을 체험해 보는 시기이다. 이렇게 중생은 무지해서, 배워서 아는 것을 몸소 실천하지 못하고, 어려운 경험을 통해서 체득하게 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올해 초파일은 여느 해와는 다른 점이 초파일을 보름 앞두고 백양사 문중 스님들의 도박사건(동영상)으로 조계종과 불교 전체의 분위기를 가라앉게 하였고, 광명근처 안양소재의 '한마음선원'에서는 초파일 1주일 앞두고, 창건주이신 대행선사께서 입적하신 가운데 부처님오신날을 맞이 하였다.

 

연휴 3일 중에 첫째 날은 모락산으로 둘째 날은 도봉산 망월사를 찾았다. 금년들어 매주마다 오르는 산이 지금은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녹음이 푸르름에 따라 더욱더 자연의 푸근함을 느끼고, 경이로움을 느낀다. 한 달에 한 번씩 지나치는 1호선 전철역인 '망월사' 전철역, 그저께는 양주로 가면서 느낀 호기심을 귀가하는 길에 풀었다. 무작정 내렸다. 물어물어 걸어가다 보니 소나기도 만나고 사람도 만나고 해서 1시간 가량 걸어, 도봉산 팔부능선에 다다르니 전각 20여채가 자리를 잡은 웅장한 모습이 나타났다. 낙가보전의 관세음보살님을 만나 삼배를 올리고 우중에 주변 전각을 둘러본 후에 서둘러 하산하였다. 신라 선덕여왕 7세기 후반에 창건한 사찰로 당시의 신라 수도였던 경주( 월성 )를 바라보면 국가가 융성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망월(월성을 바라봄) 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렇게 인연이 닿으면 당일 계획에 없었던 일도, 평소 발원하던 바에 따라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다.

 

2012. 5. 28  초파일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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