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내리던 비가 그치지 않은 금요일 밤 10시경, 예정대로 도반들과 함께 송광사 새벽예불 시간을 맞춰서 광명에서 출발하였다. 비는 계속내리고 바람은 새차게 불어 한겨울 같은 분위기를 뚫고, 새벽 3시경 송광사 입구에 당도하고 보니,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30여분간을 차에서 기다리다가 조급한 마음으로 매표소 입구 관리인을 만나 특별히 차량출입을 허가 받아 바쁘게 일주문을 향해 올라가면서 고요한 산사에 차량으로 인한 소음이 나지나 않을까 하는 맘으로 일주문 입구에 차량을 세워두고 도량으로 들어서니, 가랑비가 내리고 찬 바람이 부는 가운데, 범종루에는 5 ~ 6명의 스님들이 대기해 서있고, 이미 법고가 울리고 있었다. 도반들과 함께 범종루 앞에서 법고를 울리는 스님들의 동작을 바라보다 찬 바람에 못 이겨 도반들과 함께 대웅전으로 발길을 옮겼다.
대웅전에는 이미 학승으로 넓은 법당을 채우고 있었고, 이미 3~4명의 신도들이 새벽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범종루에서는 법고에 이어서 범종, 그리고 목어에 이어서 운판 소리가 멈추자 대웅전에서 새벽예불이 시작되었다. 새벽예불을 기다리면서 잠시 2004년 4월 중순경 불교기본교육 수련회를 송광사로 와서 바로 이 자리에서 도반들과 함께 새벽예불하던 생각을 해보았다. 그 당시 초발심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당시 송광사 학승들과 우리절 기본교육생 100여명이 함께 동참한 새벽예불은 템포가 비교적 빠른 남성고음의 예불소리가 너무나 우렁차서 나의 온몸이 신심으로 상기되었던 당시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지금의 예불분위기는 그런 기대와는 차이가 많았다. 템포는 무척 느려져서 음미하는 듯하고, 남성저음과 송광사 특유의 예불리듬이 그 당시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그래도 예불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에 나는 예불을 멈추고 학승의 예불소리를 한 동안 듣고만 있었다. 예불소리를 듣기만 해도 신심이 저절로 솟아 난다. 새벽예불이 끝나자 아주 빠른 템포로 금강경 독송이 이어졌다. 독송집을 보고서도 따라 할 수 없었다. 너무 빨라서..... 눈으로 예불문을 따라기에도 급급할 정도였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대웅전을 나서니 찬 바람이 맞이 한다. 법당에서 입김이 보일 정도로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도반의 주선으로 따뜻한 요사채에서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서 공양간에서 찬밥으로 한끼를 해결하고서는 대웅전앞 도량에서 잠시 서성거렸다. 기본교육수련회 뿐만 아니라 3~4년 전에는 포교사 팔재계 수련회를 초여름에 대웅전앞 도량에서 한 낮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 행사를 가지고, 밤을 새워 기도한 적이 있었다. 이번이 송광사를 세 번째 찾았다. 먼저 일주문 밖으로 나선 도반들을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총총히 산문밖으로 향했다.
여행계획대로 지리적인 여건상, 먼저 고흥반도를 거쳐 소록대교, 거금대교를 거처, 거금도 금산면으로 향했다. 어린시절 흑백TV를 통해서 익히 봐왔었던 故김일 선수의 고향이 거금도라는 사실을 알았다. 섬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웅장한 김일체육관이 들어 서 있었다. 이 작은 섬에서 세계헤비급 레슬러가 탄생하였다는 것은 이 섬 주민들에게는 큰 자랑거리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섬을 일주하게 되었다. 도반의 고향인 거금도 섬을 일주하면서 도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섬 안내가 섬 여행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가가호호 경계선인 담장은 순수한 돌담으로 이루어져 마치 제주도 섬마을이 연상되었다.
말로만 들어오던 여수 돌산 향일암으로 향했다. 지도상으로 미리 위치를 파악해두어서 궁금증이 어느 정도는 미리 해결되었지만, 작년에 화재소식이 있었던 곳이라 궁금하기도 하였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향일암은 남쪽 바다를 향한 절벽의 바위틈에 전각들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좁은 길목을 통해서 주차를 하고, 가파른 돌계단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올랐다. 처음 본 향일함을 대단하였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는 절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입구에 몸집이 큰 사람은 통과하기 어려운 바위틈하며,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원통보전?)은 외관상으로는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관음전으로 오르는 길은 마치 다람쥐가 바위틈새로 이동하듯이 어두운 바위틈으로 돌계단을 올라 다다를 수가 있었다. 관음전이 둘, 삼성각이 있었다. 수평선의 바다를 바라보고 선 전각들, 큰 바위들과 조화를 이루고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각들이 신비해보였다. 어떻게 이런 곳에 절터를 잡으려고 생각을 했을까하는 생각과 자연과 조화를 이룬 도량이 신기해보였다. 또한 바다와 바위, 그리고 전각이 어우러져 도량을 이루고 있는 향일암 도량이, 그래서 여러 신도들 입에 오르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동백꽃이 도량 구석구석에 활짝 피어 있었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하산을 서둘렀다. 섬과 반도로 이루어진 여수 돌산을 빠져나와 통영을 거쳐, 거제도의 가거대교 해저터널을 통해서 부산 용두산공원에 다다랐다. 벌써 밤 9시경이 되었다. 저녁은 고사하고 삼사순례의 마지막 사찰인 미타선원을 찾지 못 한 채 용두산 공원 뒷쪽을 올랐다. 전망대를 오르기 전에 안내자에게 물었더니 마침 친절하게 위치를 알려주어서 전망대에 올라 부산시내 야경을 구경하고는 미타선원을 향했다. 용두산을 오르는 에스컬레이트 좌우측으로 법당과 선수련센타가 웅장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웅전 참배를 마치고 늦은 시각에 잠자리도 마련해야 하고, 저녁식사도 해결해야 할 생각으로, 그리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쉬운 해운대로 향했다. 해운대에서 숙소를 정하고 자정이 넘어 저녁식사를 마치고 노곤한 몸을 쉬게 하였다.
이른 아침 해운대에서 출발하여 달맞이 고개, 송정, 기장으로 다시 양산을 통해 울산을 거쳐 경주로 해서 포항에 다다랐다. 죽도시장에서 포항의 모습을 확인, 점심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쇼핑을 한 후, 상경하였다. 저녁식사를 광명에서 하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1박 3일간 약 2천 킬로의 긴 여정을 마치고 귀가하였다. 내 생애 지금까지 국내여행 중 가장 긴 거리의 여행경험을 하게 되었다. 장거리 구간을 이동하면서 평소 나누지 못한 대화를 통해서 도반들과 친교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아울러 장거리 차량봉사를 해준 도반,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해준 도반, 여행기간 내내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분위기를 즐겁게 해준 도반들을 생각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무주상 보시를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한 이번 여행이 내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원경합장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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