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너저분하게 길어진 머리를 깎을 시간이 없어서 오늘까지 미루다가 오늘 점심시간에는 외근 중, 점심시간에 경험상 이발관이 있을 만한 큰 건물 지하층을 몇 곳 돌아보았다. 서울시청 부근은 시내중심가로써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지하층이 발달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미용실은 몇 곳 있었다. 요즈음 남녀구분없이 미장원을 이용한다고는 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탓에 선뜻 미장원에 이발하려고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이발관을 찾으로 다니던 와중에 영풍문고에 다다라서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책을 한 권 사가지고 돌아왔다. 일찍 퇴근해서 집 부근에 평소에 늘 가던 이발관에 가서 이발을 하려고 생각하고는 저녁에는 바쁘게 귀가했다.
귀가하자마자 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고 평소에 들리던 이발관을 찾아갔다. 아직 영업할 시간인데 이발관 표시장치가 불이 꺼진채 돌아가지 않고 서 있었다. 그런데 이발관에는 희미한 전등불이 켜져 있어서 일단 문을 열어보았다. 오늘은 쉬는 날이란다. 아, 오늘이 화요일이구나, 이발관이 예전부터 화요일 아니면 목요일 단체로 쉬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귀가 길에 불이 켜진 미용실이 눈에 들어왔다. 미용실 안에는 주인 한 분이 있었다. 잠시 망설였다. 이발은 하고 싶은데, 들어갈까 말까 망설여 진다. 심호흡을 하고 노크를 했다. 남자도 이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들어섰다. 그나마 다른 손님이 없어서 들렀지, 여자 손님이 머리를 하고 있었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다.
55년만에 처음 미장원 갔던 날이 오늘 저녁이다. 이렇게 사람의 습관이 무섭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 하루였다. 오래된 습관은 좀 처럼 바꾸기가 쉽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미장원에는 남녀노소가 이용하는 곳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전용의 이발관( 과거에는 별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지만 )을 찾아 다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구세대라고 느낀 하루였다. 오늘 오후 내내 이발관 찾아다니면서 지나쳤던 미장원을 결국 저녁에는 그 미장원에 들러서 이발을 하고 왔다. 물론 이발관과 서비스 내용도 요금도 다르다. 그러나 이발 시간이 짧아서 아주 좋았다. 이발관보다 정성드리는 시간이 다소 부족하긴 하였지만............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어제 오늘은 통신분야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면서, 기술이 시대별로 변화( 개별로 발전하다가 결국은 하나로 융합 )하듯이 세상의 모든 것이 가만히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배우고 익히면서도, 내가 오랫동안 해오던 그 습관은 바꾸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 우주의 모든 생물은 어떠한 변화든간에 그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 하면, 생물학적으로도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도퇴될 수 밖에 없다. 주변에서도 하나같이 이젠 정년퇴직 운운하면서, 당연하게 예비역으로 뒤로 물러나야 하는 것에 대한 대화를 자주 주고 받는다.
이러한 가운데서 좀 더 지혜롭게 살아보려고, 오늘 점심시간 영풍문고에 들렀을 때, 내 손에 자연스럽게 닿은 것이 "멋지게 나이 드는 법( Life is an attitude : How to grow forever better )"이라는 책이었다. 남은 인생을 좀 더 아름답게 멋지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찾아보려고...........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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