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천재지변 - 자연재해

圓鏡 2010. 9. 2. 21:25

 

 

현대 과학문명이 이룩해 놓은 이 도시도 강풍 앞에서는 아주 나약한 모습으로 보였다.

금년에 처음 찾아온 태풍 콘바스(콤파스?), 눈을 뜨자 마자 들려오는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집안에 정전, 밖을 내다보니 아파트 전체 정전, 급수중단,

개스는?  아침은 패스트 푸드로 간단하게 떼우고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오늘 같은 날은 출근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맘으로...... 바람은 불고 비는 내리고.....

 

순간 순간 짧게 휙휙하는 소리가 그렇게 강한 바람인 줄은 출근하려고 아파트 건물 밖으로

나서자 마자 바로 눈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내 몇 그루 되지 않는 큰 나무는 죄다

쓰려져 뿌리를 내보이고 있었고, 길거리 구석구석 나뭇잎과 나무가지가 뒹굴고 있었다.

순간 나를 스치는 바람에 나도 넘어지는 것아닌가 하는 불안한 감이 들었다.

 

모처럼 코엑스로 출근하는 날이라 전철을 이용하려고 금천구청역으로 향하였다. 도착할

즈음 비가 뿌리기 시작했지만, 우산을 펴지 않은 채 전철역에 도착하였다. 역사에 도착하자

마자 사람들로 북적이고, 전광판에는 1호선과 4호선 모두 강풍으로 운행중단이라는 메시지가

붉은 LED로 번쩍 거렸다. 언제 운행을 재개할지도 모른채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지하로

안전하게 다니는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서 구로디지털 전철역으로 이동하기로 맘먹고 버스

정류장(시흥본동 사거리)으로 향하는데, 이제는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펴고 바람을 안고 걸어가는데 바람의 힘을 거스럴 수가 없어서 비를 맞으면서 우산을

접었다. 그리고는 뛰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온통 푸른빛깔로 나뭇잎과 나무가지로 덮여져

있었다. 마치 내가 어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버스는 만원이다. 매 정류장마다 내렸다

다시 타곤하면서 종점까지 갈 수 있었다. 

 

전철도 만원, 문 닫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몇 번씩 열었다 닫았다 해야만 전동차가

출발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바쁘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30분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맘이 편하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늦어서 행사는 예정시각보다 더 늦게 시작되었다.

 

오후에 버스편으로 사당에서 과천을 거쳐 안양으로 오는데, 과천시내 가로수는 100% 플라타나스

그것도 키가 아주 큰 나무들이서 눈으로 대충 보기에 5%이상이 넘어져 있고, 상당수가 가지가

부러져 여기저기서 고가사다리차을 이용해서 가지를 자르고 도로통행정리를 하고 있었다.

플라타나스 나뭇가지가 도로 양옆으로 수북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사람도 나무와 공통점이 있다. 뿌리가 깊지 않은( 큰 나무를 다른 곳에서 이식한 경우 ) 나무는

바람이 불면 넘어지게 마련이다. 사람도 기초가 든든하지 않거나, 신뢰도가 깊지 않거나, 신심이

돈독하지 않으면, 이러한 주변환경 변화에 쉽게 동요되거나, 마음을 바꾸고, 태도를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귀사하였다. 고향에 전화를 해보니 거긴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한다. 다행이구나.........

 

한편 부실한 시설물들은 다소 비용이 들어 가겠지만, 이번 기회에 모두 깨끗하게 정리를 하게

되어서, 건재상이나 철물점의 매출액이 올라가고,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거리가 당분간 좀 더

생겨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이한 사람들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외소하게 느껴지는 하루를 살면서 천재지변이란 ? ............ 원경합장  2010.9.2 목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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