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쯤이면 어디선가 우리집 온 가족들이 노부모님을 모시고 모인다.
올해는 경주에서........ 불국사 일주문 밖에 도착하고 보니, 어제 저녁에
사전답사를 해두었던 휠체어가 두 대 밖에 없었다. 매표소로 가서 표를
사기도 전에 먼저 일주문으로 달려가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아들과 둘이서
하나씩 휠체어를 끌고 나왔다.
겨우 두 대를 빌려 왔건만, 아버님께선 한사코 필요없다고 단호하게 말씀을
하셔서 빌려온 내가 무안해 하면서, 한 대는 반납하고, 한 대는 불국사 경내를
산책하시다가 필요하면 사용하겠다고 했더니 그것마져도 안 된다고 하신다.
하는 수 없이 두 대 모두 반납을 하고 경내로 입장하였다. 노부모님을 앞세우고
뒤따라 가는 내 맘이 몹시 불편하였다. 동행하던 동생도 불편하다고 한다. 일주문을
들어서서 먼저 다리를 하나 지나자 마자 사천왕문이 있는데, 돌 계단이 몇 개
놓여져 있고, 그 좌측으로 휠체어가 우회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길을 새로
만들어 놓았다. 다시 다리를 하나 지나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의 높은 돌계단
앞에 다다랐을 때 벌써 걷기가 힘든 모습이 보여서, 이번에는 노부모님께
물어보지도 않고, 아들에게 시켰다. 다시 일주문으로 되돌아 가서 휠체어를
한 대 빌려오게 해서 경내 전각을 참배하면서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오후에는
석굴암 참배하는 길에 입구에서부터 한 대 빌렸다. 아버님의 별다른 저항없이
요긴하게 쓸 수 있어서( 어머님 전용으로 ) 좋았고, 아울러 휠체어를 기부한
단체에 대해서 고마운 맘이 우러났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일에...........
아무튼 세월의 힘은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오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때가 되면 찾아오게 마련인 세월의 힘을 누구도
뿌리칠 수는 없다는 것이 진리이다. 해마다 달라지는 두 노인의 모습을 접하게
될 때마다 안타까운 맘이 일어나고, 이 안타까운 맘을 내 스스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못 내 아쉽고 안타까운 맘은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2박 3일 경주를 다녀와서............... 원경 합장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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