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일요일 아침에는 전날 잠자리에 평소보다 일찍 들었던 탓에, 일찍 일어나서 혼자서 집을 나섰다. 평소 종종 다니던 안양천 산책로를 오랜만에 나섰다. 안양천 양측 제방으로 수 킬로 미터씩이나 늘어선 벚꽃을 올해는 보지도 못한 채 한 철이 지나가버렸다.
육교를 올라 서부간선로를 넘으면 내리막 계단이 남과 북으로 나 있다. 평소와는 달리 그저께는 남쪽 계단으로 내려가서 안양천 물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잉어 떼와 같이 안양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 방향은 공사중인 탓도 있겠지만 도로포장 상태가 한강측보다 좋지 않고, 들판이라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한강방향에 비해서 산책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특히 안양/서울측 산책로보다 광명측으로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가끔 조용히 걷고 싶을 때에는 아주 좋은 산책길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소하동 택지에 고층아파트가 한창 건설 중이라 내년 이맘쯤에는 이 산책로에도 사람들이 많이 다닐 것이다.
몇 일 전에 이틀정도 비가 내린 탓일까? 한강에 사는 잉어 떼들이 목동과 광명구간을 지나 안양까지 거슬러 올라와 있었다. 물 길이 낮은 곳에는 떼지어 올라가는 잉어들이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는 차치하고라도 몸 뚱아리의 반은 밖으로 내놓고 온 몸을 갈지자로 흔들어 댄다. 게다가 무리지어 가는 놈들끼리 잠시도 그냥 올라가는 법이 없다. 연신 장난을 치르라 흐르는 물길을 가르면서 물장구를 치면서 마치 어린 아이들이 물에서 물장구 치면서 노는 것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 놈들의 몸 뚱아리 크기는 하나 같이 크기가 같다. 눈으로 보기엔 모두 1자가 넘은 월척이다. 아래 배 부분은 누런색 바탕에 회색 비늘이, 등줄기 부분에는 검은색 비늘이 번쩍 거린다. 문득 낚시대를 드리우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오래 전에 해보던 낚시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시흥 유통단지와 석수역을 지나 제2경인고속국도와 서해안고속국도가 만나는 일직 분기점 부근에 가면 잠수교가 하나 있다. 이 다리를 지나 안양측으로 건너서 시흥역까지 잘 포장된 산책로를 따라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역시 역류하는 잉어 떼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물속에 있는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 물떼새들이 연신 잠수를 하면서 먹이를 찾고 있지만 이 잉어는 너무 커서 먹이 감으로는 엄두도 못 내고, 잉어 떼 역시 몸을 물 밖으로 드러내고 물장구를 치면서 먹이사냥꾼 새들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오폐수관을 산책로 아래 지하로 묻어서 안양천을 흐르는 물과는
별도로 오폐수를 구분하다보니 가능한 생태계의 복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먹이 사슬이 제대로 갖추어진
안양천에는 청둥오리, 두루미, 학, 물새 들이 공생을 하고 있다. 하천 바닥에는 수초가 잘 발달되어 물고기들이 몸을 숨기고 쉬어가기 좋게 되어 있다.
안양에서 산책로를 따라 한강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기아대교부터 시흥대교까지 수 킬로미터 구간은 다른 구간과는 다른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원래 공사를 해 놓은 산책로는 아스팔트 포장 자전거. 산책도로이다. 그 외에 산책로와 물길의 경계선에는 시멘트로 축대를 쌓은 부분이 혼자서 걷기에는 너른 폭을 가진 산책로가 하나 더 있다. 게다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걷다보니까 생긴 산책로는 혼자 밖에 걸을 수 없는 흙바닥 산책로이다. 그 바로 옆에는 다시 잔디 위를 밟고 다니면서 잔디로 된 산책로가 하나 더 생겼다. 그래서 이 구간은 다른 구간과는 달리 산책로가 4차선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긴 구간을 평평하게 잔디위로 걸을 수 있는 곳은 골프장 외에는 아마 더물 것이다.
문명이라는 기치 아래, 인간들의 난개발로 인해 자연이 몸살을 앓는 환경파괴보다는 자연과 문명이 공존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개발한 생활주변이 인간을 살리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는 난개발은 결국 인간을 삭막하게 만들고 인간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요즈음 전국적으로 전세계적으로 NGO 환경연합이 결성되어 개발현장마다 자체적인 환경조사결과를 알리고, 개발기관측과 시시비비를 가리는 현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정책반영으로 이어져서 난개발을 방지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개발을 유도하여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예산낭비라는 질책도 많았고, 지자체 대표들의 비리들도 많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편의와 건강을 위한 산책로 확보, 체육시설 확보 등은 정말 잘 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앙정부에서 파견되는 관리는 주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파견해준 관리만 바라보면서 임기를 채우는 것이 과거 행태였다면 지금은 작은 지역단체장까지 직접 주민들이 직접선거 방식으로 선출을 하게 됨으로써 지역의 관리들이 자기를 뽑아준 주민들을 바라보면서 임기동안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예산이 중앙정부의 대도시 중심의 투자보다는 지방특성에 맞게 지역발전을 위해서 예산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눈에 쉽게 뜨인다. 그러한 예로, 들판의 경지정리, 시골의 골목길까지 도로포장, 수로 등이 잘 건설되어 있다. 과거 대도시 중심의 투자가 이젠 시골에까지 투자정책이 골고루 미치는 것도 지방자치제도의 좋은 영향이라고 본다.
이른 아침에 단상 .............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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