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에도 진달래 꽃도 구경할겸 봄소식을 접하기 위해서 구름산을 올랐다. 봄 소식이 여기저기 보이긴 해도 진달래는 꽃망울만 머금은 채,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보름이 지난 오늘 다시 구름산을 올랐더니 진달래는 만개를 하고 나를 반기는 듯하였다.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갈색 낙엽을 배경으로 연분홍, 짙은 분홍빛으로 뽐 내고 있는 진달래가 눈에 쉽게 띄였다.
해마다 봄이면 이런저런 나무가지 끝으로 새싹을 삐죽이 밀어낸다. 아직 망울로 잎이 나오지 않은 가지도 있다. 해마다 보는 새싹이긴 하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신비롭다. 상수리 나무잎 위로 뛰어 다니는 저 다람쥐는 겨울내내 이 삭막한 구름산에서 무엇을 먹고 추운 겨울을 지냈을까? 겨울내내 낙엽을 떨어뜨리고 찬바람을 피하고 있던 나무가지 끝에는 새파란 싹이 돋아 난다.
모든 생물들은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사람도 철이 바뀔 때마다 옷가지의 두께가 달라지듯이 봄이면 싹을 틔우고, 여름까지 무성한 잎으로 한 철을 지내고 나면, 가을에는 잎을 떨어뜨리고는 겨울나기 채비를 한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찬바람이 스치고 진눈개비가 내리는 겨울내내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묵묵히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가옥의 구조나 의류, 그리고 음식까지도 그 지방의 기후 영향을 받는다. 인간이 자연을 벗어나 살 수 없듯이 나무 역시 지금 서 있는 그 곳의 환경지배를 받고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21세기의 기술문명사회에서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연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러하듯이 세상만사가 자기 주변에 있는 존재들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내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우선 나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인연이 깊다.
봉축준비를 한창 하는 시즌에..........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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