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남도의 봄 기운

圓鏡 2009. 4. 17. 20:03

 

 

어제 그제는 봄비가 내린 기운으로 갑자기 초가을을 연상하기에 충분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오늘은 아침 일찍 KTX역으로 나가서 호남선의 종착역을 향했다. 대전을 지나서 논산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주변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산이 거의 보이지 않고 낮은 구릉과 지평선과 함께 산이 저 멀리 희뿌옇게 보일 뿐이다. 산과 들은 한 폭의 수채화와 같았다. 연록색부터 상록수의 짙은 푸른색까지 온통 푸른색 계통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그 넓은 들녁은 갈아 놓은 논으로 구획되어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었고, 뜨문뜨문 논에 물을 대 놓은 것을 보면 벌써 못자리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우리 집 주변에서도 이젠 봄 기운을 완연하게 느낄 수 있지만 남도로 내려갈수록 봄 기운은 더한 것 같았다. 가슴이 탁 트이게 하는 호남평야의 봄 기운은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한 평화를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나즈막한 구릉을 배경으로 그림같은 집들이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차창에 기대고 앉아서 졸고 있는 내 모습과 같이, 따스한 봄 햇살에 시골 마을 모두가 졸고 있는 것처럼 정다워 보였다.

 

나주 부근을 지날 즈음에는 배나무 밭, 배나무에 핀 하얀 꽃이 돋보였다. 사람들의 키 높이로 인공적으로 키를 조정한 나무들이 양팔을 벌리고 이웃한 나무들과 모두 어깨 동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따스한 봄 기운을 머금고 새하얀 배꽃을 피우고 한 여름의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잠시 떠나 이른 아침에 상쾌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남도로 떠난 여행은 왕복의 피로감을 느끼기보다는 조용한 휴식을 취하고 가슴에 따스한 봄 기운을 듬뿍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렇게 혼자서 가끔 여행을 하면서 고독함과 고요함을 함께 맛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귀가하였다. 

 

목포 당일 업무출장을 마치고 .............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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