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삼월 하순, 아내와 모처럼 구름산 산책을 마치고 쌈밥으로 점심을 떼우고 나니 무척 졸립다. 내 기분에 금년은 예년보다 다소 늦다는 느낌이 드는데, 진달래가 꽃 봉오리를 잔뜩 부풀리우고 있고, 개나리 꽃이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찔레꽃 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서둘러 새싹을 틔워 삭막한 구름산 군데군데 푸른빛을 더해 주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에 새싹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생명이라는 것이 이런게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며,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
짧게 보면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가다 죽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다시 다른 생명으로 윤회를 한다고 보면, 사람이나 식물이나 생명이 반복된다는 측면에서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싹들을 관찰하다 보면 신기로움과 설레임을 느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 5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는 한 해를 주기로 살아가고 있는 이런 식물들에 비유하면 어느 정도쯤 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와 식물의 한 주기를 같다고 가정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게 된다.
봄은 이래서 좋고, 무성한 여름은 그래서 좋고, 단풍으로 수 놓은 가을도 좋고, 하얀 겨울은 겨울대로 좋다. 어느 계절이 더 좋고, 어느 계절이 상대적으로 더 나쁘고 한 것이 아니다. 사계절 각각의 독특한 특성이 잇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에 모두 다 필요한 계절이고 좋다.
조만간 우리 집 주변에는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고 하는 백목련, 적목련이 여기 저기서 자기자신을 뽐 내기라도 하듯이 모습을 더러낼 것이다. 겨우내내 앙상한 가지만 유지하고 있어서 목련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봄의 전령사인 목련은 다른 나무보다 먼저 꽃을 피우기에 쉽게 그 위치가 노출된다.
저녁에는 모처럼 안양천변으로 나가서 간선도로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개나리라도 구경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춥고 삭막하던 겨울은 이제 꽃으로 수 놓을 봄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물러날 때가 충분이 된 것 같다. 아직도 꽃 샘 추위를 걱정해야 할 때이긴 하지만, 어제가 춘분이고 보면 잠시 춥더라도 크게 춥지는 않을 것이다.
구름산 산행을 마치고 ........... 원경합장 / 2009.3.21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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