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문명의 불편

圓鏡 2008. 12. 10. 00:30

 

 

출근준비를 하고 있는 이른 아침에 번개와 천둥이 한 번 치면서 순간적으로 모든 잡음이 멈추고 적막감이 감돌았다. 평소에 소음을 가장 크게 내던 냉장고가 멈추고, 전등 불이 꺼지고, 가스 레인지는 작동하니까 아침식사 준비하는데 애로는 없겠다 싶었는데, 자동안전장치가 정전이 되면서 가스 밸브마져 잠궈버렸다. 촛불을 켜니까 실내의 어둠은 해결되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헤어드라이어부터 보일러 리모콘까지 올스톱되어 버렸다. 유일하게 작동되는 전기설비는 면도기 뿐이었다. 관리사무소 전화는 계속해서 통화중...........  누군가가 먼저 신고를 했는 모양이다. 아파트 단지 전체가 깜깜한 가운데 잠시 후에 여기저기 촛불이 비쳐나온다.

 

이러하듯이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의 생활이 편리한 반면, 안전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문명 이전의 시대보다 더 불편하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순간에 집안의 모든 설비가 멈춰버렸다. 보일러 시스템과 주방의 모든 시스템이 멈추면서 사람을 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이렇게 발달된 문명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 순간 전기가 공급되기 이전 중학교 시절로 되돌아 가본다. 호롱불 밑에서 공부하다가 머리 사르고, 따뜻한 온돌방에 열기가 식고나면 윗목에 떠둔 물그릇 물은 꽁꽁 얼어붙는 방에서 살았다. 심야에는 서생원이 주인이 잠든 틈을 타서 안방을 자기 무대인양 돌아다니고, 대청 마루밑에서 강아지가 추워 끙끙거리면, 할머님 몰래 살며시 방으로 데리고 와서, 한 이불 밑에서 자던 시절이 떠오른다. 겨울철 내내 목욕 한 번 못하고 한 겨울을 나던 시절이 있었다.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이야기]중에서 [병은 입으로 들어온다]라는 제목의 글이 떠오른다. 그렇게 비위생적으로 살아도 병과는 멀리 살았다. 그런데 요즈음 문명의 발달과 함께 위생시설도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은 더 많이 걸리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니까 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과응보이다.

 

문명은 편리한 반면 안전시스템이 사고 시에는 무지막지하게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심할 경우에는 생사를 다툴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이 문명사고이다.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상의 피해는 수 십만년 동안 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예견한다. 한편 이 지구는 잘 사용하다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하면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지구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간의 탐욕은 마침내 지구를 스스로 멸망의 길로 가게 만들고야 말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탐욕으로 인해서 미련한 존재로 남아야 할 것인가?  지혜를 발휘해서 지금이라도 지구환경의 심각성을 깨닫고 원상복구를 시키려고 노력을 할 것인가하는 기로에 서 있다.

 

2008. 12. 9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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