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새터민들과 함께하는 수행( 불교신문 포교사 칼럼 )

圓鏡 2008. 11. 1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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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근/ 새터민들과 함께하는 수행

5년 전 겨울 어느 날, 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던 차에 지금 다니는 금강정사에 발길이 닿았다.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법당은 낯설었고, 복잡한 의식절차는 나를 불편하게 해서, 법문을 듣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무척 무겁게했다.

 

그러던 차에 그 해 봄에 있었던 불교기본교육을 받았다. 좀 더 불교를 알고 싶은 마음에 불교대학 과정을 공부하면서 포교사제도도 알게됐다. 이왕이면 그동안 공부한 실력을 한번 평가해 보자며 치른 포교사시험에 합격하면서 내게 새로운 신행활동의 장이 열렸다.

포교사라는 신분증이 주어지고 포교사단의 구성원으로서 새터민들을 만나게 됐다. 또 사찰에서 신행상담팀을 꾸려 신입불자들을 대상으로 사찰 안내를 하게 됐다. 포교사라는 신분증이 만들어준 인연이다.

 

지난해부터 한달에 한번씩 새터민들과 일요법회를 갖고 있다. 새터민 교육기간이 8주이다보니 2번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전국으로 흩어진다. 이 짧은 기회에 이들에게 불교를 전하고, 삶의 터전으로 간 이후 사찰에서 신행활동을 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생사 넘나든 사람들

 

생사를 넘나들며 북한을 벗어나 수년동안 해외에서 고생을 하다가 찾아온 대한민국. 아직 안정적인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한 까닭에 8주간의 교육기간은 두려움이 함께 존재한다. 어떤 직업을 구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막연한 그들에게 밝은 표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종교가 더욱 절실하다. 보장된 것이 없는 미래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앞으로의 삶을 차분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착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도 종교는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다.

 

새터민들과 법회를 보면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불교용어를 쓰지 말고, 불교를 쉽게 설명해 주세요.” “몰라서 질문을 못하겠습니다” “포교사님들이 자주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타 종교에서는 정해진 목사나 신부가 종교의식을 진행하지만 불교는 포교사들이 봉사자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매주 포교사들이 바뀐다.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포교대상만은 아니다

 

법회를 진행할때면 에불, 반야심경, 천수경, 찬불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박자가 맞지 않는다. 새터민 모두가 불교는 처음 접하기 때문에 집전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회에 참석한 새터민들은 큰 소리로 예불을 올리고, 천수경을 함께 봉독하고, 찬불가를 힘차게 부른다. 그 힘찬 목소리에서 그들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느낌을 받는다. 큰소리로 무언가를 외치고 싶어하는 욕구가 바로 그것이다.

 

대표자가 발원문을 낭독할 때면 어느새 법회는 숙연해진다. 지난 10월 안성 칠장사에서 열린 새터민을 위한 천도재때는 탈북과정에서, 북한에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모두가 눈시울을 적셨다. 북한이나 해외에 남은 가족을 생각하면 어찌 만감이 교차하지 않겠는가.

새터민들과 함께 하는 일요법회를 통해서 내 스스로 수행을 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동안 법회를 보면서 느끼는 바도 많다. 이들을 단순한 포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데서 나아가 함께 살면서 돌봐야할, 어려움에 처한 중생이라는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새터민 전용프로그램을 만들어 좀더 짜임새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물질적인 측면에서도 지원이 절실한데, 이를 위해 보다 조직적인 지원과 만남이 이뤄졌으면 한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한없이 가여워했으며, 모든 사람, 생명들을 위해 사셨다. 부처님을 본받으려는 불자들로서, 새터민에게 보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다. 그것은 거창한 통일이 아니라, 당연한 중생심에서 시작돼야 한다.

 

권태근  포교사단 서울경기지역단 통일3팀 원경

 

[불교신문 2475호/ 11월12일자]

 

2008-11-08 오전 10:37:23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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