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도선사를 들러, 백운대에 올라

圓鏡 2008. 7. 5. 19:48

 

삼각산 백운대에 올랐더니,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팔백여 미터의 고지에 있는 바위정상은 운무로 가득 차있었다. 정상에서 가시거리는 내가 밟고 서 있는 바위의 끝트머리가 전부이다. 마치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깜깜한 것과 같이 답답하였다. 모처럼 백운대 정상에서 인수봉과 서울도심을 발 아래로 내려다 보며, 가슴이 탁 터지는 맛을 좀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곧장 하산하였다.

 

 

북한산 정상과 도선사는 10여년 전에 가본 후 처음이었다. 그 당시 기억을 더듬으면서 도선사에 당도하고 보니, 전혀 달라 보였다. 과거 내가 가본 그 곳이 아닌, 낯선 곳이었다. 우이동 버스 종점에서부터 포장이 잘 되어 있는 가파른 길을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면서 한 참 동안 북한산을 올라 도선사 주차장에 당도하고 보니, 빈 자리가 없이 승용차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좌측으로 난 오르막 길에 있는 일주문 안팎으로도 여전히 좌우로 승용차들이 들어서 있었다. 도선사에 당도하고 보니 3층 콘크리트 큰 건물이 나를 가로 막는 듯 하였다. 승용차는 건물입구까지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고, 신도들이 주변 전각과 도량에 가득차 있었다. 알고보니 오늘이 백중 초재여서 많은 신도들이 모였던 것이다. 굳이 백중 초재가 아니더라도 조계종단에서 특별관리하는 사찰답게 많은 신도들로 평소에도 북적댈 것이다.

 

도심 사찰이 아니고 산중의 사찰이어서 조용한 가운데 풍경소리라도 들으려니 했던 맘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많은 신도이 제각기 바쁜 일정으로 바쁘게 여기저기 다시면서 공양물을 올리고 삼배도 하고, 대웅전 아래 큰 설법전(?)에는 신도들이 모두 들어갈 공간이 부족하여 바깥에서 법회에 동참하고 있었다. 대웅전 좌측 높은 곳에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큰 마애석불이 있었다. 여기에도 많은 신도들이 모여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지장전 주변에는 새하얀 영가등이 많이 달려서 쉽게 눈에 띄였다. 큰 절이긴 하지만 균형에 맞지 않게 전각들이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서 답답한 분위기였다. 비록 도선사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긴 하지만 내가 다니는 재적사찰은 아담하고 깨끗하며, 여유 공간이 있어서 도선사와 같이 답답함은 없어서 좋다.

 

2008.7.4  원경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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